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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7. 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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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은행나무, 251p>

인문학을 전공한 나는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 내내 수학과 과학이 제일 어려운 과목이자 싫은 과목이었고, 생물 같은 과목은 지겨운 암기 과목에 지나지 않았다. 솔직히 밝히자면 후쿠오카 신이치의 이 책을 읽으면서도 어떤 원리나 현상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이해가 선뜻 가지 않아 두세번 반복해서 읽어야 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어려운 전문 분야인 분자생물학에 관한 책을 한 권 다 읽은 지금, 나는 책의 대부분을 이해하고 있을 뿐만 읽는 내내 독서의 재미와 내가 모르던 전혀 새로운 지식에 대한 앎의 희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후쿠오카 신이치가 책에서 보여준 가장 큰 능력은 과학을 문학처럼 풀어냈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발견과 위대한 발견의 꼬리 물기와 그것을 가능케 했던 천재 과학자들에 관한 이야기는 원래는 과학사라고 이름하는 것이 어울린다. 그러나 저자는 신념에 따라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도 하고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고 때로는 음흉한 선택을 하는 한편의 드라마를 완성하고 있다.

어려운 현상이나 원리, 새로운 가설 등에 대한 설명도 마찬가지다. 이해가 가지 않아 꼭 두세번 읽어야 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는 적절한 비유를 통해 이 분야의 문외한조차 그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학창 시절에 접했던 이보다 더 쉬운 원리나 개념조차 선생님의 반복된 설명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해하지 못한 채 졸업했다. 스스로 놀라울 따름이다.

가장 놀라운 것은 과학을 통해 저자가 도출해내고 있는 지극히 인문학적인 하나의 명제다. 바로 “생명은 무엇인가?”라는 대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이었다. 저자가 찾아낸 답은 과학에 근거하지만 윤리학과 종교를 관통하며 인문학에서 그토록 소리쳐 주장하던 하나의 명제에 이른다. 그것은 바로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라는 저자의 결론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부교재나 대학생들을 위한 교양 필수 서적으로 지정하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나처럼 과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몸서리쳐지는 과학 알레르기를 가진 젊은 학생들이 좀 더 수월하게 그것을 벗어나 좀 더 넓은 안목을 지니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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