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 2580 에서 10일 방송에서 다룬 '소두증' 장애 아이들과, 그들의 수술을 금지시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이야기입니다.
5살 기현이는 소두증으로 머리에 수술을 받았습니다. 자라지 않는 두개골을 잘라서 고정시킨 후 조금씩 나사를 돌려 벌려 두개골을 키워주는 수술입니다.
의사로부터 못 살 수도 있고, 살아도 못 일어난다는 말을 들은 기현이. 그러나 기현이는 수술을 받고 상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방송에서는 혼자 일어나서 걸어다니는 기현이의 모습이 나왔습니다.
수현이도 같은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생후 4개월에 이상을 발견했지만, 22개월이 되어서야 소두증인 것을 알고 수술을 받게 됩니다.
수현이도 이 수술을 받고 상태가 호전되었습니다. 그러나 기현이와 수현이는 앞으로 더이상 수술을 받을 수 없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학적 효과가 없다며 수술을 중단시켰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는 '불인정' 처분을 내린 것인데요, 그렇게 되면 병원은 치료비를 환자에게도 청구할 수 없게 되고 환자는 자기 돈으로도 수술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사실상 금지 처분이라고 봐야 합니다.)
지난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앞에 모인 수십명의 부모님들은 이 수술을 받고 자녀의 상태가 호전된 것을 직접 경험했으며, 이 치료법을 통해 자녀가 말하고 걸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고작 수십명밖에 되지 않는 이들의 외침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습니다.
<덧붙이는 말>
뇌는 제때 자라지 않으면 영구적인 장애를 불러옵니다. 뇌장애는 각종 합병증의 원인이 되며, 이는 소두증 환아들이 오래 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봉합선이 남아있으면 두개골이 스스로 자랄 수 있으므로 수술이 필요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수많은 아이들이 봉합선이 있는데도 두개골이 자라지 않아 뇌압이 올라가고 토하고 죽을 고비를 넘기고 뇌발달 장애를 얻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이 장애를 앓고 있는 어린 조카가 있습니다. 조카는 눈에 초점도 없이 누워만 있다 숨이 넘어가 응급실에 간 것이 여러번입니다. 오래 살 수 없다는 의사의 말에 절망하던 중, 뒤늦게 이 수술을 받고 이제는 웃기도 하고, 옹알이도 하고, 혼자 일어서는 단계까지 상태가 호전됐습니다.
주변의 같은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수술을 빨리 받은 아이일 수록 발달 상태가 양호한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소두증 아이들에게 이 수술을 해온 병원에서는 수술을 통해 상태가 호전된 수많은 임상사례들이 있습니다.
이 수술은 어린아이를 전신마취하여 두개골을 잘라서 기구를 부착하는 대수술입니다. 한번에 끝나는 것도 아니고 수차례 시술해야 합니다. 부모들이 바보라서 효과도 없는데 어린 자녀를 수차례 고통스러운 수술대에 올려보내면서 값비싼 치료비를 지불하겠습니까.
더욱 황당한 것은 이 수술이 십년 넘게 시행돼 왔으며, 최근 5년간은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보험 적용을 받기도 했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이 수술이 의학적으로 효과가 없다면, 지난 5년간 보험금을 지급해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직무유기를 한 셈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국민 건강을 위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부모님, 그 가족들의 유일한 희망을 꺾어버린 결정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결정일까요? 설마 '건강보험 재정'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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