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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13. 21:44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지만 쓰면 좋은 제품이 있다. 섬유유연제도 그렇다. 의류에 향과 유연성을 더해주는 제품이다. 세제(비누)는 없으면 빨래를 하기 힘들지만 섬유유연제가 없다고 빨래를 못하는 건 아니다.

 

없어도 되는 그 제품을 누구나 사용하게 만든 브랜드가 있다. 세탁기 보급률이 10%도 안 되던 1978년 처음으로 섬유유연제를 출시했다. 처음에는 큰 반응이 없었지만 세탁기 보급률이 늘어나면서 제품의 매출도 급성장했다.

 

그때부터 소비자로부터 얻은 사랑은 독보적이었다. 최근까지 업계 1위의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빨래엔 ○○”이라는 광고 문구를 보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CM송이 들려올 정도다. 이 브랜드의 2009년 시장점유율은 50%를 육박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올해 상반기 이 브랜드는 만년 2위 업체에 시장 1위 자리를 내줬다. 50%에 근접했던 시장 점유율은 지난 6월 27%까지 떨어졌다.

 

왜 이러나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최근 이 회사 오너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한겨레21의 보도였다. “회장이 직원을 슬리퍼로 때렸다. 봉투 개봉용 칼로 찔렀다. 폭언을 일삼았다.” 믿기 힘든 상식 이하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후속 보도가 터졌다. 방언 터지듯 피해를 당했던 직원들의 제보가 줄을 이었나보다. “회사 돈을 횡령했다. 비자금을 조성했다. 그렇게 조성한 비자금은 중국에 부동산을 구입하는데 사용했다.” 30년 동안이나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아온 업계 선도 기업의 오너가 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지난해 이 브랜드의 이직률이 80%에 달했다고 한다. 실적 개선을 위해 영입한 전문경영인은 강제 해임됐다. 보도에 따르면 영입된 전문경영인은 오너 일가가 영수증 없이 지출한 것과 중국 법인의 미수 채권액이 크고 이해하기 힘든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가 오너와 갈등을 빚었다. 2007년 이후 이 회사 전문경영인의 평균 근속 기간은 4개월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을 선언하고 나섰다. 하지만 사실 불매운동은 이미 시작됐다. 50%에서 27%까지 떨어진 시장 점유율이 그 증거다. 기사가 나가기 전부터 소비자는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기업에, 그 제품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에서 기업 오너의 윤리성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고 있으면 좋은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 섬유유연제 브랜드의 몰락은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소비자들도 이제 단순히 상품만을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 그 상품 안에 어떤 이야기가 담겼는지 생각하며 소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소비자에게 ‘욕’ 먹는 기업들, 바짝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더 이상 욕하면서도 마지못해 사 쓰던 그런 소비자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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