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가격이 약 3천만원인 독일 자동차 '미니 쿠퍼'를 반값에 판매한다는 사이트가 등장했다. 정확하게는 2,990만원짜리를 50% 할인해 1,495만원에 판매한다는 것. 언뜻 보면 대박이라고 느낄 수 있는 가격이다.
20만명이라는 구매가 성사되는 목표인원수가 무리수이긴 하지만 3천만원짜리 수입차를 1천5백만원에 판다니 소문만 제대로 나면 안 될 것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20만명이 모이면 판매업체(BMW가 됐든 이 사이트가 됐든 둘 중 하나)는 한대당 약 1천5백만원씩, 200,000 * 15,000,000 = 3,000,000,000,000원 즉 3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게 가당키나 한 일일까?
미니쿠퍼 판매를 안내하는 메인 화면 어디를 뒤져봐도 나오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다. 20만명이 모여서 거래가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20만명 모두가 반값에 이 차를 구매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 소셜커머스는 최소 거래 인원이 달성되면 '구매'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할인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 화면만 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반 소셜커머스와 같은 방식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꼭 확인하라는 사용조건을 보면 '이용방법 : 럭싱 공지사항/이용가이드'라는 문구가 보인다. (중요한 계약 조건은 소비자에게 알려야 하는 '고지 의무'가 있는데, 예전에는 고지의무를 지키지 않는 업체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업체들도 이렇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요한 사항이라면 '참조'하라고 하지 말고 직접 표시해줘야지!)
이용가이드를 꼼꼼하게 살펴보니 이 상품의 핵심이 나온다. 이 상품은 이 사이트의 '모여서 특가 이용가이드' 상품인데, 이 경우에는 구매 참여자 모두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 참여자 중에 단 1명만 추첨해 판매한다는 사실이다.
이 상품은 결국 20만명이 모였을 때 20만명 중에 1명에게만 저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자동차를 판매하는 셈이다. 20만명이 모이기도 어렵지만, 1/200,000의 확률을 뚫고 당첨되는 것은 더 어려워 보인다.
무슨 소셜커머스가 이러나 싶어 자세히 살펴봤더니.... 이 사이트의 웹페이지 구성은 요즘 유행하는 소셜커머스처럼 보이지만 소셜커머스가 아닌 경매사이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매사이트는 회원들이 유료로 구입한 사이버머니를 지불하고 입찰에 참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반 경매가 최종 낙찰자만 낙찰 가격을 지불하고 상품을 가져가는 방식이라면, 인터넷 경매사이트는 한번 입찰할 때마다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최종 낙찰자를 제외한 모든 입찰자는 (금액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손해를 보게 되는 시스템이다.
이 사이트에서 한번 입찰에 드는 비용은 500원이다. 만약 1백만원짜리 상품에 회원들이 입찰한 회수가 1천번이고 최종 낙찰가가 80만원이라면, 최종 낙찰가는 1백만원보다 20만원이나 저렴하지만 실제로 경매에 참여한 전체 소비자가 지불한 비용은 '입찰비용 50만원(1000*500) + 낙찰가 80만원 = 1백30만원'이 된다.
일부 경험자들은 이런 경매사이트는 어떤 상품에 한번 응찰하게 되면 입찰 비용이 아까워서 입찰을 계속하게 되는, 마치 도박과 비슷한 중독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번 입찰 비용이 5백원 정도의 소액이라서 별 생각 없이 입찰에 참여하게 되고 경매 마감 시간이 다가올수록 승부욕이 발동해 더 많은 금액을 입찰에 사용하게 된다. 결국에는 그렇게 조금씩 지불한 금액이 좀 커지면 그 돈이 아까워서 최종 상품을 낙찰받으려 더 많은 돈을 내고 입찰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론을 짓자면, 소비자가 이런 형태의 거래에 참여하면 손해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개인정보만 고스란히 넘겨준다.
기존 회원이 아니지만 3천만원짜리 외제차를 반값에 살 수 있다는 생각에 회원 가입을 한 소비자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20만명이 모이면 그 중에 단 1명만 반값에 그 차를 살 수 있기 때문에, 20만명이 모였다면 나머지 19만9천9백99명은 아무런 이득도 없이 자신의 개인정보만 제공한 셈이 된다.
(가끔 인터넷에서 회원 가입하면 1천원 정도의 상품권을 준다는 마케팅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회원 가입을 통한 개인정보 습득 비용이 1천원이라고 가정했을때, 20만명 * 1천원 = 2억원이다.)
2. 중요한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화면을 마치 소셜커머스처럼 구성해놓고, 20만명이 모였을 때 단 1명에게만 추첨을 통해 상품을 판매한다는 가장 핵심 내용은 명시하지 않았다. 이용가이드를 참조하라는 말이 있지만, 회원 가입할 때 이용약관을 읽어 보는 소비자가 거의 없는 것처럼, 이용가이드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소비자도 많지 않을 것이다.
화면에 "20만명이 모였다 할지라도 추첨을 통해 1명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 짧은 문장 하나를 써 넣지 못할 이유가 없다. 처음부터 소비자에게 이런 내용은 안내하고 싶지 않았다면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