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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13. 21:35

한국소비자원 시험검사국에서 가정용 오존살균세척기 시험 결과를 발표한 날,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소비자의 전화였다. ‘깨끄미’가 문제가 있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시험 결과 배출되는 오존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 문제가 된 제품이었다. 참고로 오존은 호흡곤란이나 폐기능 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호흡기질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소비자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였다. 제조업체에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자신과 가족들의 건강에 해로울 수 있는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로서 화가 나는 게 당연했다.

 

‘깨끄미’라는 제품명이 다시 논란이 된 것은 며칠이 지난 후였다. 이번엔 ‘베비로즈’라는 한 주부 파워블로거의 이름이 함께 거론됐다. 알고 보니 ‘깨끄미’라는 제품이 소비자에게 많이 팔린 이유가 있었다. 하루 방문자가 15만명에 달하는 유명 블로거가 이 제품을 추천하며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진행된 공동구매를 통해 판매한 제품은 약 3천대. 이 블로거는 한 대당 판매수수료로 7만원씩, 모두 2억1천여만원에 이르는 수수료를 받았다.

 

소비자는 다른 소비자들이 직접 제품을 사용해보고 추천하는 사용 후기 정보를 업체의 광고보다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제품을 팔아야 하는 기업이 만드는 광고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장점을 과장하거나 단점을 숨기곤 한다. 하지만 사적인 이익 관계가 없는 사용 후기는 직접 경험한 정보를 공유하려는 순수한 의도에서 작성된다고 생각한다.

 

많은 소비자가 유명 블로거의 추천을 믿고 제품을 구입했다. 그런데 실은 판매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판매원이나 다름없었다. 소비자가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부 소비자는 해당 블로그에 여러 차례 ‘오존의 위해성’ 문제를 제기했지만 블로거는 “이상 없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작동 중인 기기를 열면 오존이 방출돼 위험한 데도 불구하고 블로그의 잘못된 설명 때문에 기기를 개폐하기도 했다고 한다.

 

인터넷을 이용한 입소문 마케팅 문제는 오래 전부터 지적됐다. 다른 소비자의 사용기를 보고 제품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자가 늘어나자 기업들은 이들을 홍보에 활용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기업이 무료로 제품을 제공하고 사용기를 쓰도록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품을 무료로 받은 소비자는 제품의 단점을 솔직하게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로서는 어떤 것이 대가 없는 진짜 사용기이고 어떤 것이 대가를 받은 광고성 사용기인지 알 수 없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09년부터 블로그가 기업의 돈이나 제품을 받고 글을 쓰는 경우 협찬 여부를 명시하도록 했다.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을 부과하고 분쟁이 발생하면 법적 책임도 묻는다.

 

‘베비로즈의 작은 부엌’ 블로그에는 소비자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대부분의 게시판은 닫혔다. 블로그 운영자는 사과문을 올렸지만 소비자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소비자는 포털 사이트에 ‘베비로즈와 로러스에 환불요구와 정당한 피해보상을 요구합니다’라는 이름의 카페를 개설하고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 ‘베비로즈’라는 블로거가 수수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리고 제품을 추천하거나 공동구매했다면 어땠을까? 문제가 있는 제품을 추천했다는 비난은 여전히 받을지 몰라도 소비자로부터 직접 소송을 당할 처지에 놓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비자를 속였다는 윤리적인 책임 문제로부터도 훨씬 자유로웠을 것이다. 물론 블로그의 제품 추천을 신뢰하는 소비자도 이렇게 많지는 않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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