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이 꺼질까 전전긍긍하는 부동산 업자들의 똥줄이 타긴 타는 모양이다. 미분양 매물이 쌓이고 거래가 말라붙은 이런 상황에서도 집을 사라는 경제지 기사가 끊이지 않는다. 부동산 업자들이 살려달라고 기자들을 쪼아대는 상황이 아닌 이상 지금 집 사라는 기사를 쓰는 몰상식한 기자가 어디 있겠냐는 말이다.
오늘 네이버 메인 화면에 집을 사라고 부추기는 서울경제 기사가 노출됐기에 하는 말이다. ‘매매가 주춤… 전세끼고 집 사볼까’는 제목의 기사 내용인 즉슨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로 아파트 매매시장에 거래가 없어 거래가 상승은 없는 반면 전세 가격만 꾸준히 오르자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좁혀졌기 때문에 지금 전세를 끼고 집을 사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집을 살 수 있다는 말이다.
꽤 그럴듯한 말이다. 은평구는 전세가가 매매가의 47%인 경우도 있다니, 이 기사대로라면 거의 반값에 집을 살 수 있는 것이다. MB 정부의 반값 아파트 공약이 이런 방식으로 실현되는 것일까?
사실 전세가가 거래가의 반값이 되는 상황은 그 자체로 비정상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이다. 전문적인 정보가 없는 누구라도 곧 전세가가 내리거나 집값이 오르는 식으로 거래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정상적인 형태를 찾아가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정1, 만약 전세가가 내린다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산 사람은 조금 난처해진다. 왜냐면 새로 세입자를 구할 때 하락한 전세가 만큼의 차액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올해 4억7천만원의 전세를 끼고 10억짜리 아파트를 샀는데 2년 후에 전세가가 3억9천만원(이 기사에서 밝힌 서울지역 평균 전세가 = 거래가의 39%)으로 내린다면, 이 기사를 보고 집을 산 사람은 새로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불과 2년 만에 8천만원이라는 거금이 필요하게 된다. 은행에 예비금으로 1억 정도는 넣어놓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내린 전세금 차액 8천만원 때문에 대출을 받거나 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가정2, 집값이 오르는 상황. 이렇게만 된다면 이 기사를 쓴 기자에게나 이 기사를 참고로 집을 산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흐뭇함을 안겨 줄 것이다. 그러나 집값이 오를까? 이 점에 있어서는 이견이 많다. 적어도 대한민국 서울에서 부동산은 “여전히 문제없다”고 외치는 분들이 많을 줄 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많은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하나로 모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부동산으로 돈버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사실 이 기사만 보더라도 집값이 오를 가능성은 없다.
기사에서 기자는 부동산 업체 팀장의 말을 인용하며 “‘DTI 규제로 매매수요가 크게 위축된 반면 최근 2~3년간 소형주택 공급은 부족해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고 기사를 마무리했다. 뭐라고? ‘DTI 규제로 매매수요가 크게 위축’됐다고? 수요와 공급이 지배하는 자유시장 경제에서 매매수요가 위축되면 아파트 거래가는 어떻게 될지 뻔하다. 집을 사라고 부추기는 기사에서조차 아파트 거래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있는 셈이다. 장난하시나?
가정3, 전세가도 내리고 거래가도 내리는 상황. 개인적으로는 이게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경우라고 생각하는데, 이 기사를 쓴 기자나 이 기사를 참고로 집을 산 사람에게는 가장 지옥 같은 경우가 될 것이다. 가정1에서 봤듯이 전세가가 내린 만큼 차액을 지불해야 하는 동시에 집값이 떨어졌으니 자산도 줄어드는 이중고를 맞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답은 없다. 이 기사를 쓴 기자나 이 기사를 쓰도록 소스를 제공한 부동산 업체 관계자나 자신의 판단과 분석을 표현한 것일 뿐이며, 이 기사를 비판하는 나도 내 판단과 분석을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미래에 관한 일을 누가 단정할 수 있겠나. 그러나 전문가라면 전문가로서 얻을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자기 이익을 위해, 일부러 감추거나 왜곡해서 평범한 서민들을 현혹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자판을 두들겨 봤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는 전세가가 오르면 전세 끼고 집 살 생각하면서 신나하기보다는 올려줘야 할 전세금 생각하며 한숨을 내쉴 테니까.
문제 기사 : http://economy.hankooki.com/lpage/estate/200911/e200911101636455104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