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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6. 11. 20:57

불매운동 이번에도 처벌이 가능할까?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언소주)의 불매운동이 힘을 얻고 있다. 조중동에만 광고를 실어 불매운동 1호 기업이 된 광동제약이 불매운동 하루 만에 백기를 들었다. 소비자에게 광고를 특정 매체에만 편향되게 내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

언소주는 이어 삼성그룹의 5개 계열사인 삼성전자,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생명, 삼성에버랜드를 불매운동 2호 기업으로 선정했다. 

언소주의 불매운동에 대한 조중동의 반응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조선일보의 6월 9일자 사설 ['좌파 신문에 광고 실으라'고 판촉 나선 협박 단체]에서 언소주를 ‘신종 테러범’이라며 비난했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사설 [광고 핑계 불매운동은 조폭적 행태]를 실었다. 동아일보는 10일자 [또 시작된 ‘광고주 압박’… “조폭이 물건사라 들이미는 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언소주의 불매운동을 비난했다. 

그리고 역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검찰은 언소주의 불매운동에 대한 “형사 처벌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불매운동’은 형사 처벌을 받을 만한 불법 행위일까? 

불매운동. 영어로는 ‘보이콧(boycott)’. 위키피디아에서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boycott

boycott is a form of consumer activism involving the act of voluntarily abstaining from using, buying, or dealing with someone or some other organization as an expression of protest, usually of political reasons. 

즉, 불매운동이란 항의의 표현(보통 정치적인 이유)으로 특정인 또는 특정 기관과 관련된 거래, 구매, 사용을 자발적으로 중단하는 소비자 운동의 형태를 말한다.  

언소주는 여론 조작과 진실을 왜곡하는 보도 행태를 일삼는다는 정치 사회적인 이유로 조중동에 항의하며, 이에 대한 표현으로 조중동과 거래(광고 발주)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기업의 제품을 반대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전형적인 불매운동, 즉 보이콧이다. 사실 보이콧은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와 있는 정당한 소비자 운동이다. 파업, 태업, 보이콧, 피켓팅 등을 가리켜 불법 행위라고 설명하고 있는 교과서는 없다. 

정당한 소비자 운동을 가리켜 조중동의 기자, 논설위원이나 된다는 사람들이 ‘신종 테러’ 또는 ‘조폭적 행태’라고 하는가 하면, 검찰은 형사 처벌을 운운하고 있다. 고등학교 교과서가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기자와 검사들이 고등학교 시절에 교과서는 모두 엿 바꿔 먹었던 것일까? 

조중동과 검찰의 주장을 보면, 이들은 언소주의 업무 방해 행위에 초점을 두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소주는 초창기 불매운동 당시, 조중동의 광고주 리스트를 인터넷에 공유하고 해당 광고주(기업)에 항의 전화를 걸어 광고 중단을 요구하는 활동을 펼쳤다. 법원은 이에 대해 항의 전화가 많아서 기업의 업무가 불가능하게 했다며 업무 방해로 인정해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사실 법원의 이 판결도 웃기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소비자는 기업에 전화를 걸어서 자신이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조건을 말할 권리가 있다. 기업에 전화를 걸어놓고 제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업무 방해가 될까? 예를 들어, 기업에 전화를 걸어 “당신 회사의 제품이 너무 무거워서 들고 다닐 수 없다. 무게를 줄이지 않으면 당신네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행위는 업무 방해일까? 업무 방해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당신의 제품이 매연을 많이 뿜는데 나는 환경 오염에 반대하므로 개선이 되지 않으면 당신네 제품을 사징 않겠다” 또는 “당신네 제품이 동물 실험을 하는데 나는 동물보호론자이므로 동물 실험을 멈추지 않으면 당신네 제품을 사지 않겠다.” 이것들 역시 업무 방해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유독 “당신네가 광고를 줘서 먹여 살리는 조중동은 진실을 왜곡하는 사이비 언론이므로 광고를 계속 하면 당신네 제품을 사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것은 업무 방해가 될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전화를 했기 때문에? 

그렇다면 전화를 건 모든 사람을 업무 방해로 처벌하지 않고 소수만 처벌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소수가 광고주 리스트를 배포하고 전화를 하도록 사주(?)했기 때문에?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린 사람 중에는 그냥 광고주 리스트만 만들어서 올린 사람도 두명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 두명은 돈이나 지위를 이용해 특정한 사람들에게 항의 전화를 하도록 유인하지도 않았다. 단지 광고주에 대한 항의 전화의 타당성을 주장했을 뿐이다. 

제 멋대로 판결의 뜨거움을 맛 본 언소주는, 불매운동을 재개하면서, 이번 불매운동에서는 항의 전화와 같이 업무 방해로 엮일 수 있는 활동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업무 방해 행위만 없다면 아무리 제 멋대로 판결이라도 정당한 불매운동을 처벌할 근거는 없다. 

적어도 정상적인 법치 국가에서라면... 

묻고 싶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정상적인 법치 국가인가? 조중동과 검찰은 이에 대한 대답을 준다. 조중동은 9일부터 한결같이 1호 불매운동 대상이었던 ‘광동제약’이 예전보다 더 많은 항의 전화를 받고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일 수도 있다. 언소주의 불매운동이 재개된 것을 알고 대상 기업에 항의 전화를 거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언소주가 사주(?)한 것은 아니다. 언소주는 “사지 말자”고 주장하고 있지 “전화 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중동은 언소주가 무엇을 주장하는지는 관심이 없다. 조중동은 언소주로 인해 기업이 ‘업무 방해’를 겪고 있으며 이것이 결국 ‘신종 테러’ 또는 ‘조폭적 행태’라고 할 만큼의 폭력, 불법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엄정히 처리할 방침”이라며 “향후 언어 폭력과 사이버 폭력 등에 대해 고소·고발과 상관없이 물리적 폭력에 준하여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처음의 물음으로 돌아가 보자. 불매운동은 처벌이 가능할까? 우리가 가진 법은 정당한 불매운동을 처벌할 힘도 의지도 없다. 그러나 그 법을 주무르는 자들의 힘과 의지에 의해 언소주의 불매운동도 처벌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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