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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9. 26. 12:50
독점적 지배력 이용해 수수료 장사에 열 올리는 플랫폼 기업들
소비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는 플랫폼 경제의 씁쓸한 이면
[부산소비자신문, 22. 7.30.]
 
최근 소비 생활과 관련한 이슈들을 살펴보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단어 중 하나가 ‘플랫폼’이다. 평평하다는 의미의 'plat'과 형태를 의미하는 'form'이 합쳐진 단어다. 여기서는 물리적 공간이 아닌 온라인 세상에서의 플랫폼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정확하게는 ‘디지털 플랫폼(digital platform)’이다. 온라인 상에서 서로 다른 이용자 그룹끼리 상품이나 정보가 거래되거나 교환 되도록 연결해주는 모든 종류의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세상에 가상의 판을 깔고 그 위에 상품을 올려놓은 모습이 연상 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디지털에서 유통이 편리한 영상, 음악, 이미지 등 디지털 콘텐츠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오프라인에서 거래되는 모든 상품을 포함해 배달, 교통, 숙박 등 서비스에서도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플랫폼 위에 놓이지 않는 재화를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이다. 특히 상행위로서의 '거래'로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범위를 확장한다면, 정보가 유통되는 인터넷 포털, 모바일 메신저 등도 모두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전에서는 디지털 플랫폼을 온라인에서 생산과 소비, 유통이 이루어지는 장이라고 정의한다. 재화의 거래 측면에 초점을 맞춘 정의이다. 이 경우 디지털 플랫폼은 온라인에서 재화의 유통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제공하며 다수의 판매자와 소비자가 자유롭게 참여하여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오프라인의 시장(市場)과 비교되기도 한다.
 
그러나 디지털 플랫폼은 기존의 시장이 갖지 못한 큰 특징이 하나 있다. 바로 선점 효과를 통해 시장에 독점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판매자가 많이 입점한 플랫폼을 선호하고 판매자 역시 소비자가 많이 찾는 플랫폼을 선호한다. 결국 어떤 분야에서든 먼저 진출하여 이용자를 많이 확보하는 플랫폼이 유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수익보다는 이용자 확보에 열을 올린다. 더 많은 이용자를 유인하기 위해 적자 경영도 불사한다. 그리고 일단 충분한 이용자가 확보되었다고 판단되면 이용료를 높이는 방식으로 수익을 늘려간다.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배달앱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초창기에는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배달수수료나, 식당이 지불해야 할 거래 수수료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두세 개의 배달앱이 시장을 거의 차지하다시피 한 요즘에는 어떤가. 어느새 배달료는 1인분 식사비에 맞먹을 정도로 높아졌다. 식당들은 음식을 팔아도 수수료 떼면 남는 게 없다고 아우성친다. 최근에는 배달 없이 소비자가 직접 방문해서 찾아가는 포장 판매에도 '포장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 구글과 애플은 안드로이드와 iOS로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양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얼마 전부터 소비자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유료 콘텐츠를 구매할 때, 자사에서 만든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하는 '인앱 결제'를 의무화하였다. 이를 따르지 않는 애플리케이션은 업데이트를 지원하지 않거나 앱 마켓에서 퇴출하는 등 불이익을 주므로 사실상 강제적 조치이다. 이에 더해 인앱결제를 통해 결제된 금액에서 최대 30%의 수수료를 떼어간다. 인앱결제 의무화와 과다한 수수료 부과는 결국 콘텐츠 이용료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 뻔하다. 판매자(개발사)와 소비자가 모두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사실상 시장을 독점한 상태에서 자발적 개선책 마련은 요원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7월 21일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금지를 위반한 불공정거래행위라는 취지이다. 공정위에서도 해외의 앱마켓 규율 동향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이 사안에 대해 규제 개선 방안 마련에 착수하였다는 보도도 이어진다. 민간과 정부에서도 사안의 심각성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이른 시일 안에 대책이 마련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플랫폼 경제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보게 되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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