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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9. 26. 12:38
닭고기 가격 올리기 위해 12년 동안 담합했다니!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자성하고 시정하려는 노력 우선해야
[부산소비자신문, 22.4.29.]
 
힘든 하루를 보내고 퇴근하는 날이면 무슨 이유인지 간식거리를 사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맛있는 냄새가 풍기는 음식을 손에 들고 현관문을 열었을 때,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힘든 하루가 보상 받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인터넷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어렸을 적에는 아빠가 치킨을 사 들고 오시면 마냥 기뻤는데, 이제 아빠가 되고 생각해보니, 어쩌면 어린 시절 아빠가 치킨을 사왔던 그날이 아빠에게도 힘들었던 하루였을지 모른다는, 누군가의 그리움 섞인 이야기는 뇌리에 깊이 남는다.
 
치킨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 중 하나이다. 오죽하면 치킨을 먹으면서 “치느님을 영접한다”고 너스레를 떤다. 특히 코로나19로 외식이 줄어들면서 배달음식의 대표주자로 치킨의 인기도 더욱 높아졌다. 언제부턴가 “1인 1닭”을 외치며 한 마리 정도는 혼자서도 거뜬히 먹어치우는 걸 미덕처럼 여기기 시작했지만, 어렸을 적 기억에 치킨은 한 마리를 사서 3~4인 가족이 함께 먹는 음식이었다. 물론 배부르게 먹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처럼 둘이 먹기에도 아쉬운 음식은 분명 아니었다. 사람들의 섭취 양이 늘어난 것도 이유겠지만 혹자는 치킨의 양이 과거보다 적어졌다고 불평한다.
 
맛칼럼니스트로 유명한 방송인 황교익 씨는 외국은 육계를 3kg 내외로 키워서 조리하는데, 우리나라만 1.5kg 정도만 키워 사용하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 비해 양이 적고 맛도 더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대한양계협회는 우리나라 국민의 입맛이 작은 크기의 닭을 선호하고, 과거 큰 닭이 판매되기도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반박한다.
 
그런가하면 과거에 비해 비싼 가격도 종종 논쟁의 주제가 되고는 한다. 과거에는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여겼던 치킨이지만, 해마다 가격이 오르더니 지난해에는 급기야 한 마리 2만원 시대가 열리고 말았다. 치킨 가격 상승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을 의식해서였는지, 지난 3월에 모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회장은 치킨값이 2만원으로도 부족하고 3만원은 되어야 마땅하다고 언론 인터뷰를 했다. 사먹는 쪽에서는 생닭이 4천원인데 치킨이 2만원이 넘는 건 너무하다고 불평을 하고, 만들어 파는 쪽에서는 유통구조와 조리과정을 생각하면 2만원도 수지 타산이 안 맞는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어제 오늘 시작된 논쟁도 아니지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답이 뻔해 보이는데도 좀처럼 쉽사리 끝나지 않는 문제이다.
 
그 와중에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린 뉴스가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국내 닭고기 신선육 제조ㆍ판매업체들이 10년 넘는 기간에 걸쳐 서로 짜고 가격을 올려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지난 3월 16일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유명 업체들이 대부분 포함된 16개 육계 신선육 제조판매업자들은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총 45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의 판매가격ㆍ생산량ㆍ출고량과 육계 생계의 구매량을 담합했다. 신선육 시장의 77%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자들이 무려 12년 동안 가격 담합을 해왔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사업자들의 가격 담합 방식은 상상 이상으로 꼼꼼하고 치밀했다. 이들은 신선육의 판매가를 결정하는 생계 시세, 제비용, 생계 운반비, 염장비 등 가격요소를 공동으로 결정했고, 합의를 통해 냉동비축량을 늘려 출고량을 줄이거나 병아리 입식량을 줄여 생산량을 줄이는 등 다양한 담합 수단을 사용했다. 이를 위해서 이들 사업자들은 담합 기간 동안 한국육계협회를 통해 대표이사급 회합을 총 60차례나 개최하여 신선육의 판매가격ㆍ생산량ㆍ출고량 등을 합의했다. 더 나아가 합의가 이행되었는지 점검하기도 했고, 심지어 담합으로 판매가격 인상 효과가 나타났는지 분석한 결과를 공유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들 16개 사업자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758억 2,300만원을 부과하고 5개 사업자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하였다. 또 4월 17일에는 이들 사업자가 가입된 한국육계협회도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2억 100만원(잠정)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한다고 발표했다. 적지 않은 과징금을 비롯한 단호한 처분이지만, 국민들이 가장 애용하는 음식 재료의 가격을 담합했다는 사실에 대한 실망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무엇보다 가격 논쟁이 끓는 기름처럼 뜨거운 치킨 시장 전반에 불신을 초래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 소비자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자성하고 시정하는 노력이 우선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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