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은 손해를 감수하고 공익을 추구하는 희생적 행위
소비자 안전 및 권익과 관련한 공익신고가 더욱 장려되기를
[부산소비자신문, 21.11.26.]
내부고발. 진실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이 속한 기업이나 조직의 비리를 폭로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내부자는 외부에서 알기 어려운 은밀하고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에 내부고발은 다른 외부의 폭로보다 더욱 큰 파급력을 갖기 마련이다. 고발의 내용은 대부분 불법 행위에 대한 것이므로 내부고발은 공익성이 강하다. 내부고발자 역시 어떠한 사적 이득을 바라기보다는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내부고발은 해당 기업이나 조직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배신으로 취급된다. 내부고발자가 동료들로부터 비난과 공격을 당하고 직장에서도 쫓겨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결국 내부고발은 얻을 것은 없고 잃을 것이 많은 일종의 자기 희생적 행위로 인식된다. 조직 내부에서 위법하거나 비윤리적인 행위가 발생하더라도 그것을 감추는 것이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나 의리로 여겨지는 낡은 인식도 내부고발을 막는 장애 요인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내부고발을 법과 제도로서 보호하고 장려한다. 우리나라도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통해 ‘내부 공익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금지한다. 또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만족할 경우 공익신고자에게 보상금 또는 포상금을 지급하는 규정도 마련되어 있다.
지난 11월 미국 NHTSA(도로교통안전청)은 현대·기아 자동차의 엔진 관련 결함을 알린 내부고발자에게 우리 돈 약 283억원을 포상금으로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이 포상금은 NHTSA가 현대·기아차에 부과한 과징금 8,100만 달러의 30%에 해당한다. 유례 없이 큰 상금도 주목을 끌었지만 그 수상자가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점에서 한동안 큰 화제가 되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년 이상 현대자동차에 근무했던 직원이었다. 리콜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중 2015년 회사가 세타2 엔진 차량의 결함 문제를 축소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내부 감사팀에 제보하였으나 묵살되자 2016년 미국 당국에 자료를 제출하고 우리 정부와 언론에도 문제를 제보했다. 우리나라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익신고 행위에 대한 포상금으로 2억원을 지급했다.
미국 당국으로부터 지급된 막대한 포상금 규모 때문인지 뉴스를 접한 많은 사람들은 부럽다는 반응이 앞서는 듯하다. 그러나 언론 인터뷰 등에 따르면 그는 내부고발 이후 회사에서 해고되고 민형사상 소송에 시달리는 등 수년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한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나라의 공익신고 보상제도가 미흡해서 미국의 보상제도가 없었다면 내부고발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 공익신고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보상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약 10년 전 대한민국을 깜짝 놀라게 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가습기를 청결하게 사용할 목적으로 판매된 살균제 제품으로 인해 수많은 소비자가 사망하거나 폐질환 등으로 고통 받게 된 사건이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10월 31일 기준 피해 사망자는 1,724명, 피해 신고자는 7,598명이다. 1994년부터 2018년까지 총 998만개 제품이 판매되었고 제품 사용자는 350만명에서 400만명으로 추정되므로 집계되지 못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워낙 피해 규모가 커서 신고된 피해자에 대해서도 피해 보상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의 재판 진행 과정에서 밝혀진 내용 중 가장 경악스러웠던 부분은, 이 제품을 개발하는 단계에서 이미 인체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검찰이 공개한 내부 보고서는 1994년 작성된 문건으로, 문제가 된 원료 물질이 인체에 위험하다는 점이 명확히 지적되었다. 결국 인체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상품화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만약 당시에 또는 그 이후라도 강력하고 선진화된 내부고발 보상 제도가 있었다면, 위험한 제품이 17년 동안이나 판매될 수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람은 대부분 선량한 마음이 있다. 의롭지 못하면 부끄러움을 느끼고 나쁜 것을 미워하는 마음을 '수오지심'이라 하여 유학에서는 인간의 본성 중 하나로 꼽는다. 자기가 속한 기업이나 조직에서 불법 행위가 일어난다면 대부분은 그것을 바로 잡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특히 그것이 다른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경제적 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직장인에게 사람의 선한 본성이나 정의감에만 기대어 공익신고를 바라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위험을 감당하고 공익을 실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제도적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