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판매 비법, 알고 보니 구매자들 돈으로 돌려막기?
결국 먹튀로 끝나는 ‘폰지 사기’ 방식 소비자피해 주의해야
[한국소비자원 이후정 차장, 부산소비자신문 8.27. 게재]
지난 2013년 청주 청남경찰서는 사기 범죄 피의자인 30대 부부를 공개수배했다. 인터넷 중고거래 웹사이트에서 상품권을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속여 45명으로부터 28억원을 가로채 달아난 혐의다. 허위 상품권 판매로 편취한 금액이 28만원도 아니고, 280만원도 아니고 무려 28억원이다. 인터넷에서 신원 확인도 안 되는 사람이 상품권을 싸게 판다고 덜컥 거액을 송금하는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간단치 않다.
이들 부부의 사기 행각은 사건 발생일로부터 약 1년 전인 2012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상품권을 저렴하게 유통할 수 있는 것처럼 행세하며 인터넷 중고거래 웹사이트에서 5만원권 상품권을 약 4만원에 판매했다. 처음에는 사기를 의심하던 사람들도 멀쩡하게 거래가 성사되는 것을 보면서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1년 동안이나 거래가 계속되면서 단골 구매자들이 생겼을 정도이다. 눈치 챘겠지만, 애초에 이들 부부에게 상품권을 저렴하게 유통할 능력 같은 것은 없었다. 그들은 시중에서 상품권을 구매해서 밑지는 금액으로 되팔았을 뿐이다. 처음에는 손해를 봤겠지만, 이후에는 나중에 구매한 사람들의 돈으로 먼저 구매한 사람들의 상품권을 사서 지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수법을 썼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들은 평소보다 대량으로 상품권을 판매했다.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알 리 없었다. 주로 상품권 도매업자들이 마지막 미끼를 물고 말았다.
놀라운 사건이지만, 범죄 수법 자체는 매우 고전적이다. 부부사기단 사건보다 10년 전으로 가보자. 2002년 8월 인터넷 쇼핑몰 ‘하프플라자’가 문을 열었다. 이름에 ‘하프’가 들어간 이유는 모든 상품을 반값에 판매했기 때문이다. 만약 구매자에게 상품이 제공되지 않으면 구매가의 1.5배를 환불하겠다는 약정도 붙었다. 그게 가능하다고?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컴퓨터, 가전제품 등을 반값에 구매한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의심하던 사람들도 인터넷에 올라온 구매 후기를 보고 쇼핑몰을 찾았다. 영업 4개월만에 하루 방문자가 20만명에 달하는 ‘대박’을 쳤다. 문제는 곧 드러났다. 2002년이 넘어가기도 전에 상품이 배송되지 않거나 구매 취소를 해도 환불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2003년 2월 한국소비자원(당시 한국소비자보호원)은 하프플라자 쇼핑몰에 대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관련 소비자피해 상담이 2002년 11월 109건이었다가 2003년 1월에는 615건까지 폭증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대표는 도피했지만 곧 붙잡혔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손해는 보상 받을 길이 없었다. 하프플라자는 나중에 구매한 사람들의 돈으로 먼저 구매한 사람들에게 상품을 제공했던 것이다. 역시 ‘돌려막기’ 수법이었다. 피해자가 15만명, 피해액은 300억원에 달하는, 인터넷 쇼핑몰 최악의 사기 사건이었다.
앞서 언급한 두 사건들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리고 현재까지도 비슷한 피해 사례가, 다만 피해 규모를 달리 하며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유형은 동일하다. 상품을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어떻게 그렇게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당연히 미심쩍은 마음이 생긴다. 그러나 다른 구매자들의 거래가 성사되는 것을 보면서 의심은 관심으로 바뀐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문제가 터진다.
금융 투자 사기 수법 중 하나인 ‘폰지 사기’와 같다. 실제로는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면서 나중에 투자한 사람들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들의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1920년대 미국에서 최초로 이런 방식으로 사기 사건을 저지른 ‘찰스 폰지’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폰지 사기는 투자자들이 계속 유입되는 초반에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 먼저 수익을 얻은 사람들을 보면서 일종의 환상이 확산되기도 하는데, 이때 피해자가 급증한다. 그리고 어디선가 의심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의심하는 사람들이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의심들이 가시처럼 솟아오르면 일순간 거품처럼 환상은 꺼지고 그 속에는 벌써 100년 전에 시작된 거대한 사기극의 전형이 화석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원금 손실 위험이 없이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면 반드시 폰지 사기인지 의심해봐야 한다. 이것은 투자자가 아닌 소비자에게도 꼭 필요한 조언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매우 저렴하게 판매되는 상품은 원금 손실 없는 고수익 투자 상품과 다름 없다. 누군가 5만원짜리 상품권을 4만원에 판매한다면? 누군가 전자제품을 반값에 판매한다면? 누군가 휴대전화를 판매하면서 수십만원의 ‘페이백(현금 반환)’을 약속한다면? 누군가 1만원에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1만2천 포인트를 판매한다면? 일반 소비자들은 그것이 사기인지 아닌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유사 사례들에 비추어 의심하는 것은 가능하다. 사기가 아니라면 의심이 충분히 가실 때까지 기다려도 기회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