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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9. 15. 01:22

플랫폼 거래 증가로 더욱 심해진 ‘갑질’ 문제
소비자 선택에 유용한 리뷰와 별점, 갑질 수단으로 악용 말아야
[한국소비자원 이후정 차장, 부산소비자신문 7.30. 게재]

매번 사업자의 악덕 상술에 대해서 글을 썼으니 이번에는 소비자의 나쁜 행동에 대해서도 하나 짚어보고자 한다. 최근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갑질’ 문제다. 차례나 등급을 매길 때 첫째를 의미하는 한자어 ‘甲’에, 주로 좋지 않은 행위에 비하하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 ‘질’이 붙어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사전적으로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구는 짓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얼마 전 ‘새우튀김 갑질’ 뉴스가 세간의 공분을 일으켰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고객은 모바일 배달앱을 이용해 분식집에서 여러 가지 음식을 주문한 후 새우튀김 1개의 색깔이 이상하다며 문제를 제기하였다. 점주는 새우튀김 값을 환불했지만 그 고객은 음식값 전부를 환불해달라고 요구하며 배달앱 측에 다시 민원을 제기하였다. 결국 점주가 쓰러져 뇌출혈로 사망한 비극적 사건이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고객이 부정적 리뷰와 낮은 별점을 주는가 하면 점주에게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냐”는 등의 막말과 폭언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배달앱 측도 분쟁을 중재하거나 점주 측을 보호하려는 노력 없이 점주에게만 환불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 비난을 받았다.

소비자가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작은 분쟁이 발생했을 때 비정상적인 과잉 행동을 하는 갑질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위에 언급한 사례는 점주가 사망에까지 이르게 되어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을 뿐이다. 지금껏 알려진 사례들을 살펴보면 리뷰나 별점 등을 수단으로 주문한 음식 외에 무료 서비스의 제공을 요구하거나, 음식 배달원에게 담배나 술 심부름을 시키는 등 부적절한 행위들이 적지 않았다. 주문한 음식을 거의 다 먹고 사소한 트집을 잡아 음식값을 전부 환불하라고 요구하는 행위, 음식을 멀쩡히 다 먹고 나서 배탈이 나거나 몸에 이상이 생겼다고 허위 주장을 하여 치료비나 위자료를 요구하는 행위들은 ‘갑질’을 넘어서 범죄나 다름 없다.

판매자들은 이런 소비자들의 문제 행동들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상품 판매에 있어 ‘평판’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근 다양한 영역에서 인터넷 플랫폼을 이용한 상품 거래가 일반화되면서 더욱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흔히 리뷰와 별점으로 표시되는 판매자에 대한 평판은 매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낮은 별점이나 악성 후기가 달리는 날에는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구매의사 결정 과정에서 판매자와 상품에 대한 다른 소비자의 평판을 조회할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의 선택할 권리를 강화하는 긍정적 요소이다. 궁극적으로는 시장에서 부도덕한 판매자와 불량한 상품을 걸러낼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가 된다. 그러나 반면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에게는 판매자에게 ‘갑질’을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압박 수단이 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일각에서는 역으로 고객에 대한 평판을 매기자는 주장도 나온다. 플랫폼에서는 고객의 구매 이력 등 정보가 누적되므로, 소위 갑질 문제로 평판이 나쁜 고객에게는 상품 판매를 거부하겠다는 발상이다. 앞서 거론된 ‘새우튀김 갑질’ 사건 이후 배달앱 측에서도 갑질 이용자 전담 조직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평판을 매겨 판매를 거부하거나 이용에 제한을 두는 방법은 궁여지책일 뿐이다. 평판이 낮은 갑질 이용자는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가족이나 지인의 명의를 사용해 새로운 계정을 만들 수도 있으므로 완전히 효과적인 대책도 아니다. 서로 다른 사업자들끼리 고객의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의 소지가 크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회 전반의 의식 변화라고 생각한다. 갑질은 상대방보다 자신이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생각할 때 벌어진다. 금전을 지급하고 상품이나 용역을 제공받기로 거래 계약을 체결한 고객과 사업자는 원칙적으로 대등한 관계를 형성한다. 양 당사자의 목적은 ‘계약 내용의 충실한 이행’이 되어야 한다. 물론 판매자가 친절한 행동이나 계약된 것 외에 부가의 가치를 제공하여 고객을 기쁘게 한다면 칭찬 받아 마땅하다. 어떤 매장에 갔더니 직원들이 깍듯이 절을 하고 서비스를 두둑이 챙겨준다면 그건 그 매장에 감사할 일이지, 다른 매장에 가서 동일한 것들을 요구할 일은 아니다. 소비자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권리’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그저 들고만 있어도 선택 받아야 할 판매자들이 경쟁을 벌이며 무엇이라도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게 되는 마법의 아이템이다. 굳이 그것을 이리저리 휘둘러서 이득을 챙기려 드는 건 볼썽사납다.

“손님은 왕”이라는 유명한 표어가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사업자가 직원들에게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이다. 이것을 사업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준칙’이나 고객이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실질적 권리’로 착각하면 안 된다. 그런 사람들이 폭군처럼 굴면서 부당한 이득을 챙기려 할 때 주로 갑질 문제가 발생한다. 왕 대접을 받고 싶다면 왕처럼 고결하게 행동해야 한다. 역사상 진짜 왕들도 폭군처럼 굴면 왕 대접을 못 받았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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