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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3. 14:55

고령자 피해 많은 스마트폰 구매 계약
판매자 말만 믿고 계약 체결하면 낭패
[한국소비자원 이후정 차장, 부산소비자신문, 2020.12.24. 게재]


컴퓨터의 발명 이후에 사람들의 삶을 가장 획기적으로 바꿔놓은 상품으로 주저 없이 스마트폰을 꼽겠다. 컴퓨터를 고스란히 집어넣은 것이나 진배없는 이 신통방통한 기계 덕분에 우리의 삶은 한층 편리해졌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컴퓨터를 들고 다니면서 사용하는 셈이다. 오죽하면 이름도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한(똑똑한) 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기라는 의미다. 그런데 스마트폰 때문에 사람이 바보 취급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스마트폰 관련 소비자피해가 그렇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되는 소비자피해를 살펴보면 이동통신, 스마트폰 계약 분야에서 해마다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한다.

계약의 내용이 복잡하다는 점이 우선 피해 다발의 원인이다.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계약을 체결한다고 가정하자.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스마트폰 단말기 할부구매 계약과 이동통신사의 이동전화 서비스 장기 이용 계약이 동시에 체결된다. 여기에 이런저런 지원금이 붙는다. 지원금은 스마트폰 기기마다 다르고, 같은 기기라도 이동통신사마다 달라진다. 또 이동통신 가입 기간에 따라서도, 이용하는 요금제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때로는 대리점이 계약 체결로 받는 성과보수를 소비자에게 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판매원의 설명을 듣다 보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공짜나 다름없다"는 말만 귀에 맴도는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고령자들이 특히 피해를 많이 입는다. 멀쩡히 길을 가는데 호객행위에 이끌려 판매점에 따라 들어갔다가 또는 스마트폰 사용법을 문의하러 대리점을 찾았다가 사단이 난다. 판매원은 지금 사용하는 요금 그대로 최신 스마트폰을 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복잡한 계약 내용을 일일이 따져보기 어려운 고령자는 지금 내고 있는 요금보다 많이 나오면 안 된다는 다짐만 여러 번 받고 계약서에 사인한다. 계약서도 제대로 안 보여주고 태블릿을 내밀며 사인만 하라는 경우도 많다.

부산에 사는 손전하(70세, 가명) 씨도 그런 피해자다. 손씨의 주장은 이러했다. 어느 날 휴대폰을 분실한 후 분실보험 특약으로 보상을 받기 위해 대리점A를 찾았다. 어찌된 일인지 대리점은 기기 분실된 전화번호는 일시정지 시키고 신규 개통을 유도했다. 전화번호까지 바뀌었지만 손씨는 판매원을 믿었다. 약 1년6개월 후 손씨는 가입 내역 확인을 위해 다른 대리점B를 찾았다. 그곳에서 쓰던 기기와 전화번호를 두고 또 새로운 단말기와 이동통신 신규 개통 계약을 체결했다. 판매자는 더 좋은 조건이라고 설명했지만 다음 달부터 청구요금이 더 늘었다. 6개월 후 다시 대리점을 찾았는데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더니 다시 새로운 스마트폰으로 기기변경 계약을 체결했다. 나중에 보니 이때 태블릿 가입 계약도 체결됐다는데 정작 손씨는 태블릿은 구경도 못했다. 그 결과 손씨는 휴대전화번호가 3개, 할부금을 내야 할 스마트폰 등 단말기는 4대에 달했다. 어떤 기기를 언제 계약했는지 본인도 파악을 못하는 지경이었다.

이동통신사 본사와 각 대리점의 주장은 이러했다. 대리점A는 분실보험으로 보상처리하지 않고 이용정지 시킨 사유를 당시 담당직원이 퇴사해서 알 수는 없지만 모두 소비자가 동의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대리점B 역시 몇 달 사이에 수차례 체결된 신규개통과 기기변경 계약들은 모두 소비자가 원해서 정상적으로 체결된 것이며 태블릿도 손씨에게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이동통신사 본사 담당직원은 태블릿은 계약 취소가 가능하지만 다른 스마트폰 계약은 모두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상식적으로 일반적인 70대 고령자가 휴대전화번호 3개를 사용하나? 한 번에 두 대의 스마트폰을 구매하고 겨우 6개월 만에 또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한다는 게 납득이 되는가? 통신사 담당직원 역시 상식적으로 이상하다고 동의했다. 그러나 70대 노인도 스마트폰을 여러 대 사용하고 싶을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계약서에 문제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기업이 마땅히 지켜야 할 신의성실의 원칙은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각 대리점에서 일어나는 부당행위까지 모두 본사 탓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고객 유치를 위해 수익을 위해 관리감독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의심은 어쩔 수 없다.

이동통신 가입 및 스마트폰 구매 시 판매자의 말만 믿고 계약을 체결해서는 안 된다. 서명 전에 반드시 계약서를 요구하고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판매자의 설명과 다른 점이 있거나 누락된 내용이 있으면 계약서를 고쳐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판매원이 계약서 수정을 거부하거나 문구를 애매모호하게 쓴다면 매장을 당장 떠나라는 신호다. 고령자의 경우 계약을 체결할 때 혼자 하지 말고 가족이나 지인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개인적으로는 소비자피해 예방을 위해 스마트폰 단말기 판매를 이동통신사로부터 완전히 분리하는 이동전화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하루빨리 법제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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