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돈 벌게 해준다는 달콤한 유혹
확정적 수익을 장담한다면 즉시 전화 끊어야
[한국소비자원 이후정 차장, 부산소비자신문, 2020.11.27.게재]
지난달에 로또 당첨번호를 제공한다며 돈을 받고 이후에는 계약 해지를 거부하는 상술에 대해 썼다. 이를 보고 정말 그런 황당한 상술에 당하는 경우가 있냐고 물어보는 분들도 있었다. 소비자가 원래 좀 어리숙해서 당한 것 아니냐고도 묻는다. 경험한 바로는 누구라도 이런 상술에 당할 수 있다. 돈을 벌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이 사람의 정상적 판단능력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로또 당첨번호 상술과 방식이 아주 유사한 주식투자 관련 상술을 소개한다. 제공하는 상품만 로또 당첨번호에서 주식종목으로 바뀔 뿐이다.
자영업자 나대박(60대, 가명)씨는 최근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격히 줄어 고민이 많았다. 폐업을 고민하던 중 주변에서 너도나도 주식으로 재미를 봤다는 말을 듣고 난생처음 주식에 관심이 생겼다. 어느날 휴대전화에 전송된 문자 하나. 실력 있는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편하게 투자해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광고 문자였다. 관심을 보이자 곧바로 전화가 왔다.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이 직접 운용하는 주식투자 계좌와 신청인의 계좌가 연동되어 자동으로 투자가 진행되니 편하다고 했다. 매월 10%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장담했다. 잠깐! 매년이 아니고 매월? 1천만원을 투자해서 매월 10% 수익이라면 연 수익은 1,200만원인 셈이다. 그런 투자자가 있다면 워렌버핏보다 유명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걸 믿는다. 이걸 믿게 만드는 게 바로 상술이다. 4백만원을 결제하면 기간 제한 없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했다.
과연 수익은 어땠을까? 만약 약속한 수익이 발생했다면 한국소비자원을 찾아올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수익은 커녕 손실액이 원금의 20~30%에 달했다. 직원에게 연락하여 허위과장 광고 아니냐고 따지니, 확정 수익을 약속한 사실은 없다고 잡아뗐다. 수익이 좋을 때는 월 10% 이상도 나왔다는 말이었다고 둘러댔다. 통화 녹음 파일이라도 있으면 좋았겠지만, 계약 체결할 때는 이런 일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주식은 시장 상황에 따라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니 기다려보라고 했다. 그래서 한달을 또 지켜봤지만 손실은 계속되었다. 대금의 30%는 위약금으로 포기할 테니 70%만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계약서에 환불 불가 규정이 있다며 거부했다. 반만이라도 돌려달라 애원도 해보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으름장도 놓아 봤지만 콧방귀였다. 계약서대로 하는데 뭐가 문제냐며 어디에 민원 제기하면 업무방해로 고소하겠다고 도리어 큰소리를 쳤다.
로또 당첨번호 상술과 마찬가지로 전화권유 계약은 [방문판매법]에 따라 계약 체결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청약철회가 가능하다.(법 제8조) 대금을 신용카드로 할부(20만원 이상의 금액을 3회 이상 할부)로 결제한 경우에는 [할부거래법]에 따라 계약 체결일로부터 7일 이내에 청약철회가 가능하다.(법 제8조) 그러나 주식투자의 경우 한두달 수익을 지켜보기때문에 대부분 청약철회 기간을 경과하여 계약 해지를 요구한다. [방문판매법]의 계속거래 조항을 적용하면 중도해지를 요구할 수도 있다.(법 제31조) 그러나 만약 계약의 형태가 1개월 이상의 기간에 걸쳐 계속적으로 상품(서비스)을 제공받는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 등을 구매하는 매매계약인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사업자가 이런 점을 이용해 주식매매 관련 프로그램이 설치된 노트북PC를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주식투자 관련 상술의 경우 로또 당첨번호 상술보다 더 해결이 어렵다. 심지어 소비자가 민사소송까지 했지만 패소한 경우도 있다. 한푼이 아쉬운 마당에 수백만원을 잃고 망연자실한 소비자를 보면 내 돈을 잃은 것처럼 안타깝다. 계약 체결할 때 전화로 설명한 내용을 섣불리 믿지 말자. 확정적 수익을 장담한다면 주저없이 전화를 끊는 것이 좋다. [방문판매법]에 따라 전화권유판매는 판매자가 통화 내용 중 계약에 관한 사항을 3개월 이상 보존하여야 하고 소비자의 열람 요청에 응해야 한다.(법 제7조의2) 하지만 통화 녹음 파일이 있다고 능사는 아니다. 다시 잘 들어보면 수익률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 판매자는 애매하고 교묘한 말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두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에서는 어떠한 전문가도 수익을 장담하지 못한다. 세상을 바꾼 천재과학자 뉴턴도 주식투자에 실패해서 투자금의 반을 잃었다. 운이 좋다면 이런 상품에 가입해서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가 진짜 전문가인지, 어떤 주식에 투자하는지 확인도 없이 수익이 좋다는 말만 믿고 무작정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돈 잃는 지름길이다. 묻지마 투자는 도박과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