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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3. 14:21

로또 당첨 번호를 알려준다고?
[한국소비자원 이후정 차장, 부산소비자신문, 2020.10.29.게재]

지갑 사정은 팍팍하지만 혹시나 하는 희망을 안고 꾸준히 로또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첨이 되면 그야말로 꿈같은 일이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로또 한장 지갑 속에 부적처럼 넣어두고 토요일의 행운을 상상하는 재미도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서로 다를 것 없는 소시민에게는 나름의 활력소가 된다. 30대 직장인 박복해(가명) 씨도 그런 사람 중 한명이다.

단지 어느날 인터넷을 하던 중 로또 당첨 예상번호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배너광고에 눈길이 간 것이 화근이었다. 클릭하니 멋들어진 인터넷 홈페이지가 떴다. 기존 당첨 번호를 빅데이터로 분석하여 AI 기술을 이용해 적중률 높은 당첨 예상번호를 알아낼 수 있다고 했다. 1등 당첨후기도 있고 2등, 3등 당첨 후기는 일상다반사인 듯 걸렸다. 무료 체험을 위해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자 얼마 후 전화가 걸려 왔다. 젊은 남성은 친절하고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자신들이 보내주는 번호로 로또를 사면 틀림 없이 당첨될 수 있다고 말한다. 단돈 99,000원만 내면 1년 동안 매주 휴대전화 문자로 당첨 예상 번호를 보내준다는 것이다. 의심하는 마음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99,000원 정도야' 하는 마음에 신용카드 번호를 불러줬다.

한참 후 다시 걸려온 전화. 같은 회사의 다른 상담원이었다. 조금 전 구매한 상품은 3등 당첨번호 상품이라고 했다. 프리미엄 상품에 가입해서 1등 예상번호를 받으라고 권유했다. 비용은 150만원이나 되지만 이용 기간이 3년이나 되고 무엇보다 당첨 안 될 경우 전액 환불을 보장한다고 했다. 갑자기 큰 돈을 결제하라니 박복해 씨는 주저했다. 상담원은 지금 특별 할인 기간이고 원래 3백만원짜리 상품이라며 이번 아니면 기회를 놓친다고 재촉했다. 뭐에 홀린 듯 알겠다고 대답하자 아까 받아둔 신용카드 번호로 번개처럼 결제가 진행됐다.

복권은 돈에 대한 욕망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업이다. 그런데 그 복권에 당첨되고 싶은 욕망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상품이 등장했다. 로또 당첨번호를 알려준다고? 대동강 물을 팔았다는 봉이 김선달보다 더 황당하다. 차라리 신내림 받은 점쟁이라고 하면 모를까. 빅데이터 분석으로 당첨 번호를 예측한다? 복권위원회가 들으면 뒷목 잡고 쓰러질 이야기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낚인다. 어리숙한 사람들이나 당한다고? 천만에. 멀쩡한 이삼십대 직장인도 많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 사례들을 보면, 업체는 달라도 방식은 거의 유사하다. 인터넷 무료 체험 광고를 미끼로 전화번호를 알아낸다. 처음엔 저렴한 상품의 가입을 유도한다. 계약 체결에 성공하면 이후 다른 직원이 전화를 걸어 고가의 1등 당첨 상품을 권유한다. 계약 기간이 끝나도록 당첨이 안 되면 환불도 가능하다고 현혹한다. 소비자가 후회하고 취소를 요구하면 "환불 불가 약관에 동의했다"며 거부한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약속처럼 돈을 모두 돌려줄 것이라 기대는 말아야 한다. 사실 그때까지 그 업체가 그대로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전화로 상품 구매를 권유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전화권유판매'라고 한다. 이런 계약은 [방문판매법]에 따라 계약 체결일로부터 14일 이내에는 청약철회가 가능하다.(법 제8조) 즉 전액 환불이 가능하다. 위약금도 부과되지 않는다. 따라서 계약이 후회된다면 14일이 지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청약철회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전화통화는 나중에 입증이 어렵다. 문서로 보내는 것이 가장 좋은데, 우체국 내용증명 우편이 가장 효과적이다.

14일이 지났다면 [방문판매법]의 계속거래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 1개월 이상에 걸쳐 계속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받는 계약을 '계속거래'라고 한다. 계속거래 계약은 소비자가 언제라도 중도해지가 가능하다.(법 제31조) 단, 이미 제공받은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비용과 위약금은 공제해야 한다. 중도해지 의사 표시 역시 내용증명 우편이 가장 좋다. 전화권유판매의 청약철회와 계속거래의 계약해지는 법령에서 정한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로서 강행규정이다. 이에 반하는 약관(환불불가 등)에 소비자가 동의했더라도 그러한 약관은 효력이 없다.(법 제52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업이 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불과 2년 전에도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런 사업자들을 사기 혐의로 대거 입건한 바 있다. 당시 수사 결과, 사업자들은 과학적 근거나 특별한 기술 없이 당첨 예상번호를 조합하여 제공했다. 웹사이트에 게시된 당첨 후기는 가짜로 드러났다. 인터넷에서 이런 광고 보거나 전화를 받는다면, 한번만 더 생각해보자. 정말로 로또 당첨 번호를 예측할 수 있다면, 왜 그걸 남한테 팔겠나? 그들에게는 전화 한 통에 속아 돈을 내주는 순진한 소비자들이 로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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