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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1. 2. 13:26

소비자의 목소리 잘 들리는 헤드폰은 없나요?



닥터 드레 'I Need A Doctor'


닥터 드레(Dr. Dre, Andre Romelle Young)라는 미국 가수가 있다. 1970년대 후반에 힙합 가수로 데뷔해 사회 문제를 비판하는 가사를 랩으로 노래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에는 지펑크(G-Funk, Gangsta Funk)라는 새로운 힙합 장르를 개척하며 전성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I Need A Doctor'라는 타이틀로 싱글을 발표했다.

이 가수의 이름을 딴 헤드폰이 있다. 수영 금메달리스트인 박태환 선수가 경기장에 입장하며 이 제품을 착용한 후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젊은 학생들에게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되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유상 수리는 불가, 구입가 70% 교환은 가능


경기도에 사는 강모 씨도 이 제품을 구매했다. 약 36만원을 주고 구입해 사용하던 중 2년이 채 되기 전에 제품 고장으로 판매 업체를 찾았다. 구입시 받은 품질 보증서에는 제품 품질 불량인 경우 구입 후 1년까지는 무상 수리를, 2년까지는 유상 수리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판매업체는 미국의 본사에 문의한 결과, 수리비용이 구입가보다 비싸다며 1:1 유상 교환(유상 리퍼)을 받으라고 권유했다. 비용은 구입가의 70%가 원칙이지만 소비자 만족을 위해 조정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몇만원이면 수리할 수 있는 고장에 몇배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소비자가 만족할 리 없다.

대학생 김씨도 약 25만원에 같은 브랜드 제품을 구매했다. 1년도 되지 않아서 피복이 벗겨졌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은 리시버(스피커 부분)나 볼륨조절기와 접촉하는 부분이 단선되는 고장이 많다. 김씨는 품질 보증 기간 이내이므로 무상 수리를 요구했지만, 판매업체는 고객 과실이라며 유상 교환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1년도 안 돼 고객 과실로 피복이 벗겨지는 걸 방지하려면 줄이 접히거나 꼬이지 않도록 곱게 휴대하는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유상 교환 정책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이유

사실 이 같은 A/S 정책을 가진 업체가 여기만은 아니다. 아이팟과 아이폰으로 유명한 애플도 비슷한 유상 교환 정책을 펴다, 국내 소비자의 반발에 밀려 올해 4월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맞게 품질보증 정책을 변경했다.

제품 하자의 경중을 고려하지 않는 기계적인 유상 교환 정책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이유는, 적은 비용으로 수리할 수 있는 고장조차도 신제품 구입가의 50% 또는 70%에 이르는 비싼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유상 교환 비용이 크다 보니 어지간한 고장은 모두 소비자 과실로 돌려 세우는 얌체 같은 모습도 보인다. 

닥터 드레 “I Need A Doctor”

더 큰 문제는 제품을 판매하면서 이런 A/S 정책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십만원짜리 헤드폰 제품을 사는 소비자에게, 1년 이내의 제품 불량이 아니라면 사소한 고장이라도 구입가의 70%를 내야 한다는 사실은 중요한 고지 사항이다. 알릴 건 제대로 안 알리고 문제가 생기면 우리 정책이니 따르라는 게 고객 서비스라면 가히 CS계의 지펑크(Gangsta Funk)라 할만하다.

국내에서 상품을 판매하면서 소비자의 불만에는 ‘해외에 있는 본사 정책이 그러하므로 우린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는 업체들을 보면 문득 그의 노래가 듣고 싶어진다. 닥터 드레가 부릅니다. “I Need A Doctor”




< 이 칼럼은 소비자시대 11월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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