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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0. 4. 13:30

 

팔은 소비자를 향해 굽어야


지난 9월 12일 애플이 아이폰5를 발표했다.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는 늘 세계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올해 언론의 보도 태도에는 재미있는 점이 있었다. 약속이나 한 듯이 아이폰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대부분 언론이 “혁신이 없어 실망했다”는 반응을 전했다. 심지어는 “사지 말아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소비자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선주문을 접수하자 하루만에 주문량이 2백만대를 넘었다. 이는 아이폰4S 때보다 두배나 많은 기록이다. 소비자의 반응에 애플의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품 정보를 전달하는 기사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일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그 정보를 이용해 제품을 선택하고 구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아이폰을 다룬 기사는 애플을 견제하는 국내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기 바빴다는 느낌이 짙다. 그러나 팔은 안으로 굽을 게 아니라 소비자를 향해 굽어야 한다.

소비자는 불편ㆍ불리했던 모바일 환경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스마트폰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중요한 변곡점에 아이폰이 있었다. 아이폰 출시 이전에, 소비자는 지금과 같이 자유로운 환경의 모바일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했다. 휴대폰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준ㆍ네이트ㆍ매직엔과 같은 통신사 전용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다. 모바일 게임도, 벨소리도 이 서비스를 이용해야만 다운로드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이 방식이 소비자에게는 매우 불편하고 불리했다는 점이다. 속도는 느렸고 인터넷 접속료는 비쌌다. 게임 하나 받으려면, 게임 구입비로 돈을 지불하고 게임 용량만큼 데이터 통신비로 또 돈을 지불해야 했다. 통신사는 콘텐츠 업체로부터는 판매수수료를 챙기고, 소비자에게는 데이터 통신료를 챙겼다.

기업 탐욕이 무선인터넷 발전 저해


와이파이(근거리 무선망, Wi-fi)도 이용하지 못했다. 인터넷 통신으로 수익을 올리던 통신사는 소비자가 무료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 기능을 휴대폰에 넣지 못하도록 막았다. 해외에 판매하는 제품에는 있는 와이파이 기능을 국내 판매용 모델에서는 빼버리는 일도 있었다.

이런 이유들로 소비자는 모바일 무선 인터넷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소비자는 콘텐츠 구매를 꺼리고, 소프트웨어 업체는 수익성이 없는 모바일용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았다. 당시 수익성이 있는 모바일 콘텐츠는 벨소리나 성인 화보 등이 전부였다. 전문가들은 IT 강국인 우리나라가 무선인터넷 환경에서 뒤처졌던 이유도 이것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미운 털 박기 그만하고 소비자 마음 챙겨야


전혀 소비자 친화적이지 않았던 모바일 인터넷 환경을 극적으로 변화시킨 열쇠는 아이폰의 국내 출시였다. 2007년 1월에 발표된 아이폰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기까지 2년이 넘게 걸린 데는 데이터 수익과 판매량 저하를 걱정한 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의 방해가 있었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수익을 위해 시장을 왜곡시키고 소비자의 편익을 제한하면서 언론 플레이를 통한 여론 형성에만 공을 들이는 후진적인 기업 문화가 변하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애플을 넘어서지 못할지도 모른다. 경쟁 제품에 ‘미운 털’ 박기는 그만 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챙겨야 할 때이다.

 

 

 

<이 글은 소비자시대 10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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