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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3. 17:42

 

그가 밥을 못 먹게 된 사연


남자는 농담이라고 하는데 여자는 상처받는 말이 있다. “잡은 물고기에 밥 안 준다”가 바로 그런 말이다. 문제는 농담과 현실을 구분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략 이런 상황이다.

 

여자가 남자에게 근사한 레스토랑에 데려가 달라고 한다. 남자는 귀찮으니 그냥 집에서 먹자고 한다. 여자는 토라진다. “연애할 때는 잘도 가더니…….” 바로 이때 남자가 쓸 수 있는 말이다. “잡은 물고기에 밥 주는 것 봤니?” 물론 그날 밥을 못 먹게 되는 건 남자다.



 

팔기 전에는 귀한 몸


 

자동차 엔진오일을 교환하기 위해 정비센터를 찾았다. 판매 매장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직영 정비소였다. 차를 맡기고 고객 휴게실을 찾다가 매장에 들어서게 됐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밝은 조명,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매장은 딴 세상 같았다. 차를 보러 온 고객들은 차를 대접받으며 앉아 있었다. 그곳에서 고객은 귀한 대접을 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잠시 후 정비하러 온 고객용 휴게실로 갔다. 사무실 옆에 마련된 좁은 공간의 고객 휴게실은 매장과는 사뭇 달랐다. 선풍기 한 대가 좌우로 열심히 바람을 밀어냈지만 실내는 후텁지근했다. 낡은 소파 앞에 놓인 테이블 위에는 카탈로그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충성 고객은 손해


휴대전화를 2년쯤 사용하니 슬슬 오작동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버튼을 눌러도 묵묵부답이거나 화면이 멈추거나 배터리가 빨리 소모되는 등의 문제다. 요즘 전자제품은 품질보증 기간 지나면 고장 나도록 설계됐다는 우스갯소리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제품을 사야겠다 싶어 매장을 찾았다.

몇 달 전 처음 출시될 때 1백만원 가까운 가격에 팔리던 스마트폰을 지금은 20만원 정도에 살 수 있다. 제품을 처음에 구매한 사람이 이 사실을 알면 어떨까? 전자제품을 출시되자마자 사는 건 충성고객일 확률이 높다. 고로 충성고객은 손해 보는 셈이다.

판매 사원이 말한다. “번호 이동하시면…….” 번호 이동은 통신사를 바꾼다는 말이다. 통신사를 바꾸지 않으면 몇십만원을 더 내야 한다. 통신사는 새로 가입하는 고객에게만 지원금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다른 통신사로 가지 않도록 잡기 위한 지원금은 없나요?” 그런 건 없다. 잡은 물고기에는 밥을 주지 않는 법이니까.



 

소비자는 물고기가 아니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기존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드는 비용의 3~5배에 이른다. 이를 마케팅에 적용하면 기존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더욱 노력하라는 결론이 나온다. 큰 비용으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것이 기업에겐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이것을 반대로 해석한다. 기존 고객에게는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쩌면 잡은 물고기에 밥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삶의 지혜(?)를 지나치게 믿는 건지도 모르겠다.

소비자는 물고기가 아니다. 게다가 밥을 주지 않아도 도망가지 못하게 가둬 놓을 그물이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밥을 안 주면 정작 밥을 굶게 될 게 누군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이 글은 소비자시대 9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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