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삼성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배심원 평결이 나왔습니다. 배심원 평결은 소송의 판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미국의 특허전에서는 삼성이 애플에 대패했다고 보는 분위기입니다. 배상금만 1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금액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평결이 나온 후, 8월 27일 국내 신문사들은 이번 배심원 평결 내용을 1면에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제목과 기사를 쭈욱 훑어보니 대부분의 국내 언론은 애플 승리의 주 이유로 '미국 법원과 배심원들의 애국심'을 꼽고 있는 듯합니다. 어떤 신문은 배심원들의 비전문성과 성급한 결론을 지적하고 있기도 하네요.
팔이 안으로 굽듯 배심원들의 판단에 애국심이 개입될 여지가 있을 것이라는데 심정적으로 동감이 가기도 합니다만, 과연 그게 전부였을까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사법제도가 비교적 잘 발달된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미국의 법원이, 천문학적인 배상액을 걸고 다투는 글로벌 기업끼리의 소송을 다루면서 애국심으로 편파 판정을 내렸다?
이런 소송이 앞으로 다시는 없을 거라면, 이런 식으로 이해하고 자위하고 넘어가는 게 우리나라 국민의 마음도 편하고, 우리 기업을 아끼는 마음도 북돋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1위 기업이 외국 기업 제품을 베꼈다가 소송에 져서 망신도 당하고 금전적 손해도 입게 되는 상황은, 우리 국민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록, 이런 소송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번 삼성과 애플의 소송도, 단순히 "미국 법원이라 애플 편을 들어준 거지"라는 식으로 자위하고 넘어가는 것보다는 왜 졌는지, 우리 기업이 어떤 점을 잘못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언론은 어느 누구보다 소송에서 삼성이 지게 된 이유를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할 의무가 있지 않을까요?
< -------------------------------- 추가 --------------------------------->
이번 소송에서 삼성이 애플에 패한 이유를 잘 분석한 기사가 8.29. IT 전문 인터넷 언론 기사로 났네요.
"삼성전자가 미국 법원에서 열린 특허 소송에서 애플에 완패한 원인을 두고 설왕설래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배심원제도의 문제점부터 삼성 변호인단의 미숙한 대응, 심지어 배심원의 애국심까지 거론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배심원들의 결정에 가장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다름 아닌 삼성전자에서 나온 내부 문서와 이메일 증거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20829111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