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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8. 17:29
사람들은 왜 배은망덕을 싫어할까


‘배은망덕(背恩忘德)’이라는 말이 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라는 속담과 뜻이 비슷하다. 사람들은 배은망덕한 것을 싫어한다. 은혜를 입었으면 그것을 보답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은혜를 보답하지 않는 것도 나쁜데, 보은은커녕 해악을 끼치니 나빠도 보통 나쁜 게 아니다.

위기 때마다 국민 세금으로 공적자금 지원


지난 1997년 외환위기가 있었다. 나라가 부도 위기에 몰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요청해야 했다. 수많은 기업이 도산했고 대량 해고와 경기 악화로 온 국민이 고통을 겪었다. 무리하게 해외에서 자금을 끌어다 쓴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원인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9백16개 부실 금융기관이 정리됐다. 1997년 대비 43.6%에 달하는 숫자다. 이 과정에서 부실채권과 미지급 예금 등을 정리하기 위해 약 1백69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이 중 회수된 돈은 2011년 1월 기준으로 60%에 불과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금융기관을 구제한 사례는 또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2008년 금융위기이다. 금융기관의 부실채권과 구조조정 기업의 자산 인수 등을 위해 4조4천5백44억원이 지원됐다.

국내 금융기관은 위기 때마다 국민의 세금을 수혈 받았다. 사실 국민들도 그네들이 예뻐서 세금을 퍼준 건 아니었다. 이제껏 대한민국을 짓누른 경제 위기를 들춰보면 그 밑에는 여지없이 탐욕스런 금융사들이 똬리를 틀고 엉켜있었다. 뭐가 예쁘다고 피 같은 세금을 퍼주겠나. 마지못해 준 돈인 걸 아는지 금융사들도 별로 고마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간의 행태를 보면 배은망덕이라는 말이 떠오를 지경이다.

각종 부당 행위로 소비자 피해 야기한 금융사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계와 기업의 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신설하거나 인상했다. 이자 수익을 지키려는 은행의 꼼수에 저금리 정책의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은 것이다. 4개 은행이 부당하게 챙긴 이자는 2009년부터 1조5백50억원에 이른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금융사들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문제도 마찬가지다. CD 금리는 대부분 변동금리형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CD 금리가 오르면 대출이자가 오르게 된다. 2년 반 동안 대출자가 입은 피해액이 4조1천억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은행들이 대출 계약시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근저당 설정비 등 제반 비용을 소비자에게 부담시킨 일도 있었다. 불공정 약관이라는 2010년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챙긴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일부에선 전체 피해금액이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소비자원이 소송지원한 집단소송에 약 4만명의 소비자가 참가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해볼 테면 해보라는 태도다.

병은 돈으로부터 온다


탈무드에는 ‘몸의 병은 마음에서 오고, 마음의 병은 돈으로부터 온다’라는 말이 있다. 세금을 아무리 쏟아 부어도 우리 금융권이 여전히 허약 체질인 근본 이유가, 혹시 돈에 대한 과도한 집착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 이 글은 소비자시대 8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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