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이트에서 버스에서 강제로 자리를 양보 당했다는 글을 보니, 일본 지하철에서 할아버지한테 자리 양보 받은 경험이 생각나서 적습니다.
미리 밝혀두자면, 전 일본이라는 나라 무척 싫어하고 일본 사람들도 싫어합니다. 국민의 지지에 의해 구성된 정부인 만큼, 일제시대 만행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오만하고 비윤리적 태도도, 사실 일본 국민의 속마음을 대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10년 11월 경 일본에 출장을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지하철을 탔는데 동행했던 통역 겸 가이드께서 저보다 2살 많은 여성분이셨습니다. 한 자리가 비어있기에 가이드를 앉게 하고 저는 그 앞에 서서 갔습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가이드 옆자리에 앉아 계시던 백발의 할아버지가 스윽 일어나더니 미소를 띠며 제게 앉으라는 눈짓을 하더군요.
당연히 내리시는 줄로 생각했기 때문에 사양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내리지 않고 반대편 기둥 쪽에 가서 서시더군요. 가이드와 제가 일행인 것을 알고 둘이 앉아서 가라고 자리를 양보해 주신 것이었습니다.
놀랐던 것은 할아버지가 젊은 제게 자리를 양보하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제가 정말 싫어하는 일본이지만, 사람들의 몸에 밴 질서의식(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빠찡코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데, 한 줄로 서 있습니다. ㅋ)과 배려심이 참 부럽더군요.
여담이지만, 두세 정거장쯤 갔을 때 할머니 한 분이 제 앞에 서시기에 자리를 양보해 드렸습니다. 할머니께선 일본인 특유의 과장된 억양으로 고맙다고 하시는데, 슬쩍 할아버지를 보니 저를 보며 뭔가 흐뭇한 표정을.... ^^;;; 마치 일드의 한 장면처럼 손발이 오글거리는 상황이 잠시 펼쳐져 등줄기에 땀이 흘렀던 기억이 있네요.
간혹 보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자리 양보를 요구하시는 어르신들 이야기를 봅니다.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인생을 다 바친 분들이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죠. 그분들이 노새처럼 일한 덕분에 젊은 우리들이 오늘날의 풍요를 누리는 것도 맞고요.
하지만 자신은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자신만 존중받으려는 태도를 가지신 분도 많아서 안타깝습니다. 그런 몇몇 분들 때문에 우리 어머니와 아버님들이 대중교통 이용하며 자리 양보받기 더욱 힘들어지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