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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7. 2. 14:27
알고 보면 제일 남는 장사?


옛날 옛적에 똥거름장수가 있었다. 뒷간의 오물을 퍼다 밭에 거름으로 뿌려주는 사람이었다. 남의 ‘변’으로 먹고 살았으니 천대받는 직업 중 하나였다. 오죽하면 엄마들은 “공부 안 하면 똥지게 진다”고 아이들을 겁주기도 했다. 그런데 한편에선 똥거름장수가 세상에서 제일 남는 장사라는 황당한 주장도 있었다. 오물을 퍼올 때는 집 주인한테 돈을 받고 뿌려줄 때도 밭주인한테 돈을 받기 때문이란다. 물론 그때 그 시절 우스갯소리다.

보이스톡에 경기 일으키는 통신사


카카오톡이 보이스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보이스톡은 무료로 음성 통화가 가능한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 서비스다. 약 5천만명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이 모바일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시작한다니 통신사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예 이 서비스를 차단하거나 모바일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는 별도 요금을 부과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면서 모바일 인터넷 전화 어플리케이션은 뜨거운 논란이 됐다. 카카오톡 이전에도 몇 가지가 있었지만 갖가지 방식으로 서비스가 제한됐다.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한다는 것이 근거였다. 통신사는 자신들의 통신망을 이용해 인터넷 전화를 서비스하는 것은 ‘무임승차’라며 망 이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말로 무임승차일까?


정말로 ‘모바일 인터넷 전화’는 통신망에 무임승차하는 것일까? 따져보면 엄연히 이동통신사에 데이터 이용료를 지불하는 유료 서비스다. 단지 소비자가 그 돈을 대신 지불하고 있을 뿐이다. 스마트폰 사용자 누구도 공짜로 데이터 통신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정액제는 정해진 데이터 통신량만큼, 정액제가 아니라면 사용한 만큼 매달 통신료를 낸다. 정액제 사용자가 정해진 사용량을 조금이라도 넘기면 초과 사용료가 부과된다.

참고로 정액제에 가입한 소비자가 100MB를 초과 사용하면 약 5만원의 요금을 내야 한다. (참고로 이동통신사들이 LTE의 빠른 전송 속도를 광고하며 예로 드는 스마트폰용 영화 한편의 용량은 700~800MB이다.) 통신사들 주장처럼 무료 음성 통화가 트래픽을 많이 유발한다고 할지라도 그 대가는 모두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지불되는 셈이다.

통신료 내는 소비자의 권리는 어디로


통신사들은 왜 소비자에게서 꼬박꼬박 통신료를 받아가면서 무임승차 운운하는 것일까? 혹시 똥지게를 지고 다니며 퍼 담을 때도 돈을 받고 퍼 줄 때도 돈을 받는 똥거름장수가 부러웠던 것일까? 통신망을 깔아놓았으니 거기서 콘텐츠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도 이용료를 받고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게도 이용료를 받고 싶은 것일까?

통신사들이 이런 고민들을 하는 동안, 돈 내고 데이터 통신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권리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내 돈 내고 쓰는 데이터 통신으로 인터넷 전화를 하든 화상 채팅을 하든 무슨 상관이냐는 소비자의 볼멘소리를, 통신사는 수신 거부했다.

참고로 그 옛날 똥거름장수가 천대는 받았어도 탐욕스럽다는 비난은 받지 않았다. 혹시라도 부적절한 비유로 똥거름장수의 명예가 훼손될까 걱정돼 드리는 말씀이다.


<이 글은 월간 소비자시대 7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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