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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5. 30. 09:41

신나는 지옥, 가고 싶은 지옥?

 

한 영화감독이 죽음을 맞이했다. 천사가 나타나 그에게 천국과 지옥의 모습을 모니터로 보여주며 마음에 드는 곳을 고르라고 말했다. 천국은 평화롭긴 했지만 다소 지루해보였다. 반면 지옥은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사람들, 신나는 놀이로 가득했다. 영화감독은 주저 없이 지옥을 택했다.

 

그러나 막상 지옥에 도착한 영화감독은 깜짝 놀라고 만다. 실제 지옥은 영상과는 달리 불구덩이와 온갖 고통스런 비명만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영화감독이 화가 나서 어떻게 된 일인지 따지자 하느님이 대답했다. “아까 본 건 예고편이거든.”

 

 

기자 시승용 차량만 품질 개선한 꼼수?

 

현대자동차가 지난 4월 말 기자들을 대상으로 신형 싼타페 시승회를 가졌다. 자동차 전문지 탑라이더의 기자가 시승 중 차량 수납함에서 'DM 기자시승용‘, 'NVH 보강’이라고 쓰인 서류를 발견했다. DM은 신형 싼타페의 프로젝트 이름이고 NVH는 소음ㆍ진동 수준을 의미한다. 기자 시승용 신형 싼타페의 소음과 진동을 보강하라는 작업 지시서였다.

 

재미있는 건 이날 시승식에서 많은 기자들이 차량의 ‘정숙성’을 칭찬했다는 사실이다. 곧 기자 시승용 차량의 품질만 좋게 개선하는 꼼수를 썼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탑라이더 시승기 영상 캡쳐 화면>

 

 

궁색한 해명, 납득은 안 되지만…

 

현대차는 기자 시승용 차량이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일반 양산 차량보다 앞서 제작된 것이다 보니, 실제 양산 차량의 품질과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NVH 보강이 필요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내수 시장의 약 80%(현대차 46.7%, 기아차 33.6%)를 차지할 정도로 자국 소비자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대기업이, 그 소비자를 상대로 거짓말을 할 리는 없다.

 

물론 평범한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별도 보강이 필요할 정도로 정상 제품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차량으로, 다른 사람도 아닌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승회를 기획해 이런 해프닝을 벌였다는 해명이 궁색하긴 하다. 하지만 이런 의심은 이익을 위해 소비자를 속이는 ‘일부’ 기업들이 보여준 몰지각하고 이기적인 행태를 경험한 데서 생긴 트라우마 탓일 것이다.

 

 

클릭보다 빠르게 사라지는 뉴스들

 

이상한 일은 또 있었다. 이 사건이 보도된 당일 관련 뉴스가 인터넷에서 빠르게 사라진 것이다. 인터넷 뉴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클릭하면 ‘삭제된 기사’라거나 ‘요청하신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만 보였다. 현재 국내 최대 검색 포털 네이버의 ‘뉴스’ 섹션에서 관련 기사를 검색하면 단 한 건의 기사만 나타난다.

 

언론사가 업체의 해명을 접하고 스스로 기사를 내린 것일 수도 있다. 혹시라도 업체의 발 빠른 대응에 의한 것이라면 그 신속함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소비자의 불만을 그런 속도로 대처하면 온 국민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

 

서두에 꺼낸 이야기는 재미있는 예고편을 보고 잔뜩 기대했다가 정작 영화를 보고 실망한 소비자가 영화감독을 풍자해 만든 ‘농담’이다. 소비자는 전문가(기자)의 시승기를 보고 신차를 판단하곤 한다. 부디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 농담의 소재로 등장해 ‘시승용 지옥’을 구경하게 될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이 글은 소비자시대 6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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