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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4. 10. 16:30

자, 요번 시간은 여러분의 장래희망을 알아볼까요?

선생님, 저는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을 운영하고 싶어요.

 


 

어른이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여러분의 진학상담 선생님! 악덕장사꾼이에요. 어른이 여러분!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이 되는 거 어렵지~ 않아요.


먼저 휴대폰을 만들어요. 60만원짜리 제품을 만들어서 통신사와 짝짜꿍을 해서는 30만원을 더 붙여서 90만원이라고 하면서 팔면 돼요.

무슨 소리냐고요? 싸게 팔아도 모자란데 그렇게 비싸게 팔면 누가 사냐고요? 괜찮아요. 보조금 명목으로 30만원을 다시 소비자에게 돌려줄 거거든요.

그렇게 하면 소비자는 비싼 휴대폰을 30만원이나 할인받아서 싸게 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소비자는 출고가가 높은 휴대폰이 더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하면 통신사는 보조금을 주는 조건으로 소비자에게 필요 이상으로 비싼 요금제를 사용하게 만들 수 있어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어요. 또 2년이나 3년 약정으로 계약하게 만든 후 소비자가 중간에 해지하려고 하면 비싼 위약금을 물게 해서 고객 이탈을 막을 수도 있어요.

제조사는 휴대폰을 많이 팔고 통신사는 고객을 비싼 요금제에 장기간 가입시킬 수 있어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에요. 소비자만 안 좋아요. 그래도 괜찮아요. 소비자는 복잡한 휴대폰 가격 구조를 잘 모르니까 적당히 둘러대면 돼요.

외국에 수출할 때는 어떻게 하냐고요? 외국에 수출할 때는 당연히 이런 꼼수는 쓰지 않아요. 외국에서는 이런 짓하다 걸리면 처벌도 무겁고 소비자도 더 냉정하게 돌아서거든요. 그래서 외국에는 정상 가격으로 수출해요. 그래도 괜찮아요. 국내 소비자에게 많이 팔아서 이익을 더 많이 남기면 돼요.

소비자가 이런 꼼수를 알아채고 외국 제품을 구매하면 어떻게 하냐고요? 걱정하지 말아요. 언론 플레이만 잘하면 돼요. 외국 제품의 나쁜 점과 우리 제품의 좋은 점만 부각시키면 우리가 세계 일류 기업이에요.

어때요,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을 운영하려면 눈속임 잘 해서 꼼수만 잘 부리면 되겠죠? 

 


지금부터 휴대폰 가격 부풀리기 행위 조사를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야, 안 돼~! 뭐?! 대기업을 현장 조사한다고? 무서운 것 없는 대기업을 어떻게 막 조사하냐. 좋아. 일단 현장 조사를 하려면 회사에 찾아가야지. 가서 “여러분 지금 중요한 조사를 해야 하니까 협조해 주세요.” 이러면 거기 보안담당 직원들이 “알았습니다. 들어가서 마음껏 둘러보세요.” 이러냐?

“내부 규정상 사전 약속 없으면 담당자 나와야 출입을 허용할 수 있습니다”이러면서 시간을 막 지연시킨다니까. 근데 담당자는 연락도 안 돼요. 그동안 안에서는 “정부에서 나왔으니까 자료 준비해놓자” 이러냐? 팀장 지시 하에 일사분란하게 자료 다 폐기하고 담당 직원들 PC 교체하고 그런다니까.

그럼 우리가 담당 부서장 나오라고 소리칠 거 아냐. 그럼 부서장은 회사 안에 있으면서도 출장 중이라고 거짓말하고 그런다니까. 자료 다 없애고 담당자는 숨어있는데 조사하면 뭐해, 조사할 게 없는데! 안 돼~ 안 된다니까!



 

※ 공정거래위원회는 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후 보조금을 지급해 ‘고가 휴대폰’을 ‘할인 판매’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한 통신사 3곳과 휴대폰제조사 3곳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4백53억3천만원을 부과했다. 상습적인 조사방해 행위를 한 기업과 소속 임직원들에게는 조사방해에 대한 과태료로는 역대 최고액인 4억원을 부과했다.

 

 

< 이 글은 월간 소비자시대 4월호 실린 에디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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