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213)
사회 (51)
소비 (68)
경제 (11)
교육 (0)
문화 (2)
(4)
단상 (43)
여행 (2)
광고 이야기 (7)
언론기고 등 (23)
테니스 이야기 (2)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2012. 3. 8. 14:43


■글/이후정<한국소비자원 홍보팀>

제1장 ‘흔한’ 강호의 영웅 탄생기

무협지의 주인공은 대개 처음부터 무공이 뛰어난 경우는 많지 않다. 원래 평범했거나 약해 빠진 주인공은, 우연히 사건에 휘말려 악당에게 목숨을 잃을 뻔한 위험에 처한다. 쫓기던 중 굴러 떨어진 동굴에서 전설의 무림비급을 발견하거나, 심한 상처로 쓰러졌는데 깊은 산 속에 은둔해 살고 있는 초절정 고수의 도움으로 생명을 건지게 된다. 무림비급 또는 초절정 고수의 도움으로 자신의 숨겨진 능력을 발견한 주인공은 끝내 악당을 물리치고 정의를 실현하는 강호의 영웅이 된다.

제2장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기

최근 애플 제품의 부품을 제조하는 대만 기업 폭스콘이 중국 노동자의 임금을 최고 25%까지 크게 인상했다. 폭스콘은 시간외 근무 시간도 단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공장의 노동자들이 과도한 초과 근무, 독성 화학물질 사용, 미성년자 노동 등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고통 받고 있다는 언론 보도 이후, 애플에 비난 여론이 몰려들자 취해진 조치다.

특히 애플의 비용절감 압력이 문제에 큰 몫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애플은 전 세계 소비자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순식간에 25만명이 항의서명에 참여하기도 했다. 문제를 고발한 건 언론이지만, 노동환경 개선은 소비자가 만들어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제3장 ‘인종 차별’ 행위 시정기

세계적인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미국의 한 매장에서 종업원의 동양인 비하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스타벅스 불매 여론이 일었다. 한국인 고객이 주문한 음료 컵에 동양인을 비하하는 의미인 ‘찢어진 눈’을 그려 넣은 것이 발단이었다.

처음 문제를 제기했을 때 상품권을 주겠다며 성의 없는 반응을 보였던 스타벅스 본사는, SNS를 통해 사건이 알려지면서 불매운동 조짐이 보이자 부랴부랴 대변인 성명을 통해 공식 사과하고 해당 점원을 해고했다.

스타벅스는 영국의 윤리적 소비자 단체인 에티컬 컨슈머(www.ethicalconsumer.org)가 에티오피아 커피 농장 문제를 이유로 불매운동 리스트에 포함시킨 기업이기도 하다. 스타벅스를 비롯한 수많은 커피 전문점의 공정무역 노력도 실은 윤리적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의 힘에서 비롯됐다.

제4장 ‘흔하지 않은’ 시장의 영웅 탄생기

소비자의 힘은 비단 ‘소비재’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사회ㆍ정치적 이슈에도 관여한다. 스타벅스의 사례도 ‘인종 차별’이라는 사회적 이슈에 소비자가 적극 대응한 경우다. 국내에서도 특정 언론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해당 매체에 광고를 싣는 기업의 불매운동을 벌이거나, 특정 은행 간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해당 은행의 계좌를 해지하는 ‘징벌적 뱅크런 운동’을 벌인 사례가 있다. 결과를 떠나서 소비자의 힘을 사회적인 이슈에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에서 소비자는 절대적인 약자다. 오래 전부터 그래왔고 아직까지도 그렇다. 그런데 최근에는 자신의 잠재능력을 발견하는 무협지 주인공처럼 소비자가 ‘윤리적 소비’ 또는 ‘정치적 소비’라는 시장의 비급을 발견하고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징후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아직은 그 힘이 미약하지만 소비자가 시장의 주인으로서, 시장의 불의를 응징하는 영웅이 될 날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 칼럼은 소비자시대 2012년 3월호에 실렸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