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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7. 7. 08:37



지난 토요일, 마침 그 근처에 볼 일이 있었다가 정말 오랜만에 동대문에 있는 *리*레를 찾게 되었다. 전부터 사려던 옷이 하나 있었던 터였다.

남성 의류 매장을 한 바퀴 둘러보는데 여기저기서 보고만 가라는 작업성(?) 멘트가 날아왔다. 호칭도 형님, 오빠, 삼촌(--)... 다양했다. 좀 멈춰서 상품을 보고 싶어도 ‘보고만 가라’는 그 말이 오히려 선뜻 발걸음을 세우지 못하게 했다.

뭘 찾고 있냐고 묻는 가게에 진열되어 있는 상품 중 찾고 있던 옷과 비슷한 디자인의 옷이 있었고, 내가 원하는 디자인을 설명했다. 나이 어려 보이는 판매대의 남자는 뭘 찾는지 알겠다며 다른 가게에서 옷을 가져오는 친절까지 베풀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그 판매원이 가져온 옷은 내가 찾고 있던 옷이 아니었다. 나는 이건 찾고 있던 옷이 아니라고 말했다. 발길을 돌리려는 나와 어떻게든 잡아두고 물건을 팔려는(사실 판매가 아니라 떠넘기기 수준이다) 판매원 사이에서 작은 실랑이가 일기 시작했다. (이것을 그들은 '판매 전략'이라고 부르는 지도 모르겠다.)

마치 내가 세상에 없는 물건을 찾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좀 싸게 줄 테니 그냥 가져가면 안되겠냐는 말도 나왔다. 당연히 안 된다. 돈 몇 천원 아끼려고 맘에 들지 않는 옷을 사느니 돈 몇 만원을 더 주고 맘에 드는 옷을 사는 게 결국은 아끼는 거라는 게 ‘옷’에 관한 내 생각이다.

남자의 말투에서 짜증이 묻어나왔고 그쯤되면 얼른 자리를 뜨는 게 상책이라는 게 경험상의 진리였다.

다른 가게에서까지 갖다 준 수고는 고맙지만 그렇다고 원하지도 않는 물건을 살 수는 없어 미안하다고 말하고 발길을 돌리려 했다. 그 판매원의 말처럼 내가 찾는 디자인이 상가 어디에도 없다면 안 사고 그냥 집에 가서 발 닦고 잠이나 자는 게 맞지 않나?

끝내 물건을 파는 데(혹은 떠넘기는 데) 실패한 판매원 남자의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내 뒤통수에 꽂혔다. “아~ 오늘 이상한 손님 많네” 상당히 거슬렸지만 세상 물정은커녕 장사 수완도 모르는 어린아이한테 세일즈에 대해 가르쳐 줄 정도로 나 자신이 관대한 편은 아니다. 가르쳐 준다고 배울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지만...

손님 대신에 놈이나 새끼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더 이상 그곳에서 무엇을 살 생각이 싹 달아났다. 그리고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걸어가는데 마침 그 모퉁이의 가게에 찾고 있던 디자인의 옷이 진열되어 있었다. 물론 판매원이나 나나 별 수고 없이 옷을 팔고 살 수 있었다.

사실, 호객 행위에 익숙하지 않아서 용산이든 동대문이든 자주 이용하지 않았다. 가장 꺼리게 된 점은 흥정에 서투른 순진한(?) 손님을 만나면 노골적으로 본색을 드러내는 그들의 행태였다.

돌이켜보면, 자주 가지도 않는 그곳에 갈 때마다 성격이 우유부단해서인지 일단 '보고만 가라'는 말에 보기 시작하면 끝내는 애초에 사려고 했던 것보다 못한 물건을 제값보다 더 주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문제를 느낀 것은 비단 나 뿐만은 아니었는지, 용산은 과거의 영광을 잃고 지금은 상가의 존립 자체마저 위협받고 있다. 반면 동대문은 전자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직접 입어 보지 않으면 선뜻 사기 힘든 의류가 판매 품목이라는 점 때문에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상당히 많이 찾는다.

지금 당장의 동대문 상가는 입점한 가게의 주인들이나 그곳의 판매원들에게 고객을 대하는 매너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용산에서 보듯이 그 필요성을 느꼈을 때는 이미 늦어도 너무 늦은 후가 될 것이다. 그것이 소비자고 그것이 세일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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