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겠소
고객 만족을 위해 발로 뛰고 또 뛰겠다는 내용의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는 이동통신사가 있다. 최근 이 통신사가 기존 2G 가입자에게 3G로 전환할 것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심하다.
2011년 11월에는 2G 가입자의 집 전화를 일부러 고장 낸 뒤 수리를 요청하는 소비자의 집으로 찾아가 3G 전환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한겨레 2011. 11. 15 보도). 해당 언론사는 수도권의 한 지사에서 이런 내용의 업무지시가 하달된 녹취파일을 근거로 디밀었다. 본사 방침이 아니라는 통신사의 해명은 궁색했다.
뛰고 또 뛰겠다더니, 고객의 집 전화를 끊기 위해 발로 뛰겠다는 것이었는지 묻고 싶다.
밟고 가겠소
사업자는 소비자를 설득하는 대신 2G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받아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사용하던 휴대전화 번호를 강제로 변경해야 한다(3년간 한시적으로는 사용 가능).
소비자는 반발했다. 2G 가입자 9백여명이 법원에 2G 사업폐지 승인이 위법하다며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2011년 12월 7일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2G 가입자 약 15만9천명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 권리를 밟고 가겠다는 사업자를 법원이 잡아 세운 형국이다.
발끈 하겠소
하루빨리 2G 서비스를 종료하고 이 주파수를 이용해 4G LTE 사업을 진행하려다 법원의 판결에 발목이 잡힌 통신사는 바로 항고했다. 소수 사용자를 위한 2G 서비스 유지로 인한 부담이 다른 사용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이 통신사의 주장이다.
2심에서는 사업자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은 12월 26일 1심을 깨고 통신사의 2G 서비스 종료 승인이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대법원에 재항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또한 통신사를 상대로 민사소송과 집단분쟁조정 신청도 진행 중이다.
결국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애초에 주파수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무리하게 기존 서비스 종료를 추진한 통신사가 그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난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발끈할 건 통신사가 아니라 오랜 기간 이용해온 통신사로부터 ‘사업성’을 이유로 헌신짝 취급 받은 소비자가 아닐까?
발군의 실력
여담이다. 법원으로부터 2G 서비스 폐지 집행정지 처분을 이끌어낸 최수진 변호사의 전력이 흥미롭다. 최 변호사는 2010년 2월 배스킨라빈스가 진행한 해외여행 경품 이벤트에 당첨됐다. 그러나 업체는 경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이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배스킨라빈스는 판결 후에도 경품 지급을 미루다 본사의 에어컨을 압류 당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대기업을 상대로 연이어 소비자의 권리를 지켜낸 이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녹색소비자연대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단다.
< 이 글은 월간 소비자시대 1월호에 게재된 제 칼럼입니다.>


